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글 쓰기가 어려운데 일기 형식으로나마 기록을 남기면 나중에 좋지 않을까 싶어 이 새벽에 브라우저 창을 열었다. 2021년 마지막을 보내면서 딱 하나 2022년에 바란 건 우리 서후가 아프지 않은 거였다. 내 소원은 안 들어주나요? 저는 나쁜 어른인가요? 어릴 때 엄마 말 안 들은 걸 벌 받는 걸까요?
아이가 많은 것 자체가 죄인이고 잘못이지만 아랫집 컴플레인 때문에 온 집에 4cm 매트를 깔고 아이를 잡아도 발달장애가 있는 서후를 아예 묶어놓지 않는 이상 층간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4cm 매트를 깔고 나서 서후는 더 잘 넘어진다. 12월 28일 이 날도 서후는 넘어져 대리석 모서리에 뒤통수가 부딪혔고 언제나 그렇듯 역치가 높은 아이는 잠시 앵- 하고 말았다.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하며 아이를 안아주며 뒤통수를 만졌는데 내 손에 피가 흥건했다. 뒤통수는 찢어졌고, 아이는 그날 저녁 응급실에 가서 스템플러를 박았다.
미안했고, 화가 났고 후회했다. 윗집에선 몇 시에 무엇을 하든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아침에 깨서부터 재우기까지 눈치를 봐야 하고 아이들을 잡아야 해서 화가 났고 억울했다. 말귀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매일같이 화내는 목소리로 뛰지 말라고 소리쳐서 미안했다.
아이는 조금만 피곤해도 경기를 하기 때문에 오전 오후 낮잠을 2번 자고도 8시 반이면 꿈나라에 간다. 오전에는 매일같이 센터 치료 일정이 있고 다녀와서 밥 먹으면 낮잠을 자고 조금 놀다 저녁 먹고 또 꿈나라로 떠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주쳤을 때 아이가 장애가 있어 인지가 많이 느려 잘 컨트롤이 안되지만 매트를 다 깔아놨고 8시 30분이면 무조건 재운다고, 죄송하다고 인사도 드렸는데. 어김없이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해 듣는 이야기는 '너무 괴로워 미치겠다.'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또 다른 층의 사람은 나더러 '어린이집이 들어온 줄 알았다', '이제 애는 그만 낳으실 거죠?'라는 무례를 범했다. 아이 많이 낳은 게 죄가 되는 세상. 아이가 많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눈치 보고 신경 쓰며 키우는데도 모든 화살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가 아프지만 않는다면. 2022년 우리 서후는 4살이 되었다. 여전히 잘 못 걷고 말은 한마디도 할 줄 모르지만 사랑스럽고 소중한 내 아기. 아이가 클수록 엄마 아빠가 힘들어서 어쩌겠나는 걱정을 들으면 나 또한 걱정이 되지만 그저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매일같이 액땜이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심한 날도 올해 안 아프려고 지금 하는 거야, 뒤통수가 찢어진 날도 내년에는 안 아프려고 그런 거야, 늘 액땜이라 생각하며 힘을 내자 주문을 건다.
올해 안 아플 거야. 그렇지 서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