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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심히 Feb 28. 2021

왠지 그럼 안될 것 같아 (With 미유)

윤종신 [2021 월간 윤종신 Repair 2월호]


- 연말연초, 이태원의 월간식당에 두 번 정도 다녀왔습니다  까만색 칼라마리와 함께 인상적이었던 건 식당에 있는 내내 (두 번 모두) 흘러나오던 일본의 7-80년대 팝음악들이었습니다. 그 시절 차트 음악 중 시티팝의 비중이 낮지 않았기에 시티팝 곡들도 상당수 있었어요. 신스가 찬란하게 깔린 시티팝이든 그렇지 않든, 새로운 사운드를 아낌없이 채워 넣는 의욕과 전반에 흐르는 낭만/낙관의 정서가 묘하게 이국적인, 혹은 옛스런 멋을 자아내더군요. (안전지대 노래가 나올 때 어찌나 반갑던지.)


- 이전에도 몇 번 윤종신은 시티팝에 대한 애정을 곡으로 풀어냈던 바 있고, 미유와도 ‘내 타입’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많은 8-90년대의 가요들이 (정식 수입이 어렵던) 일본 대중음악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었죠. 대놓고 표절하던 낯부끄러운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당시 일본 대중음악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던 당시의 음악들은 비슷한 듯 다르게 뻗어갔습니다. 조금 더 신파스럽고, 조금 더 키치했으며, 유재하나 이영훈 같은 특유의 발라드 정서를 일정 부분 한 축에 두고 자신만의 정서를 쌓아갔죠. 그런 90년대 음악작가의 일원이었던 윤종신이 마음먹고 풀어내는 시티팝 곡들은, 그래서 꽤 본격적이면서도 특유의 (화성은 어긋나지만 자연스레 넘어가는) 멜로디 메이킹이나 조금은 청승맞은 정서가 맞물려 살짝 삑사리가 난, 묘한 포지션을 잡아왔습니다.


- 직선적인 사운드와 장르에 충실한 송 메이킹을 선보였던 ‘내 타입’과 달리, 미디엄 템포에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내며 화자의 사연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스토리텔링 형태의 곡입니다. 신스의 역할 또한 포인트를 짚는 것보다는 곡의 무드를 채우는 데에 가깝고요. 사랑에 설레거나 조금은 두려운 소녀스러운 화자의 모습을, 에두르는 가사나 중음역대 중심으로 풀어내는 멜로디가 잘 표현해주고 있죠. 월간 시리즈가 된 이후로 그 생산성 때문에 종종 평가절하 되는 부분이 있지만, 특유의 감성을 풀어내는 곡자로서의 이런 ‘조심스러운 애잔함’은 윤종신의 분명한 장기입니다. ‘시티팝’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윤종신 곡에 시티팝 편곡을 더한 이 곡은 그래서 더 독특한 결과물이 되었어요.


- 미유의 한글 가사는 예쁘게 발음을 짚는 편입니다. 음색을 무리해서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 섬세하게 보컬 가이드가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가끔, 몇몇 일본어에 없는 발음에서는 어눌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성숙한 발성이나 낮게 들리는 음색이 주는 매력에 비해, 사연 많은 윤종신 특유의 가사 전달이라는 면에서 이는 아쉬운 부분이죠. (이거 원곡도 중국인 여성 가수 켈리가 불렀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풋풋함과 어눌함 사이의 무언가랄까.)


- 풋풋한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 조금은 어색한 가사처리가 어울릴 때도 있는 걸 보면, ‘더 열심히 한글을 배우자’만이 정답은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일본인 가수가 한글 가사를 부르는’ 상황을 모를 만큼 감쪽 같이 한글을 소화한다고 해서, 곡이 지닌 정서를 절절히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 하긴, 이 곡은 리메이크곡이고, 추후 공개될 일본어 버전까지 들어보면 의견이 또 바뀔 수도 있겠네요. 케이팝이라는 것이 한국만의 것은 아니게 된 조금은 복잡한 시대에, 90년대 한국 싱어송라이터의 정서가 80년대의 일본 스타일 편곡과 00년대의 일본 소녀를 만나 보여주는 독특한 풍경에서 아재마냥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보게 됩니다.


3/5


p.s. 한글 패치의 끝판왕인 유키카와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닙니다. 그쪽이 오히려 예외사례랄까.


p.s.2 아이돌로서의 경력, 뮤지션에 대한 열망, DIY 성향, 장르/스타일 취향의 레트로함 등. 미유는 사실 덕통사고를 몰기에 최적화된 캐릭터인데, 앞으로 미스틱이 이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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