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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Oct 28. 2021

[에세이] 나는 마음을 듣고
마음을 말하고 싶다

"지금 마음이 어때?"

아무도 내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내가 그림자인 그런 환경. 짐을 나르고 사람들을 응대하고, 기록을 남기고, 사진을 찍고. 아트 캠프 스태프로 정신없이 일하던 날, 몸인지 마음인지 힘겨운 느낌에 조용하고 사람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 바닥에 누워 있을 때였다. 아티스트로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처럼 신념과 예술로 소통하고 싶었지만, 도우미인 내 위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묵묵히 일들을 해냈다.


"지금 마음이 어때?"


그때 그 한 마디. 댄스 아티스트로 참여한 효리는 얼빠진 채로 누워있는 내 옆에 같이 눕더니 한동안 내 명 때림을 함께 해주고는 따뜻한 저음으로 나지막이 물었다.


효리가 툭 건넨  한 마디에 잠시 내 사고 회로가 멈췄다. 무겁게 나를 누르던 온갖 생각과 감정이 무게를 잃고 공중에 떠올랐다. 그 물음은 나를 조명했다. 그 한 마디는 내 마음에 등을 켜주었고 그 빛 덕분에 나는 내 마음을 살폈다. 대답하기 어렵기도 한 물음이었지만, 효리는 기다렸고 애초에 괜찮다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곧 내 감정을 읽었다.


"조금 힘들어."


의례상 묻는, 또는 말문을 시작하기 위한 안부가 아니라, 정말로 한 마음을 궁금해하는 그 마음. 그리고 그 대답이 우울하고 부정적이더라도 상관없는 대화. 만난 지 하루 만에 내 심연을 효리에게 드러냈다. 그리고 효리의 흐름에 나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따뜻함, 포근함, 사랑. 우리의 대화는 그녀의 새로운 춤 선에 머물 것이고, 내가 혼자 그려놓고 꼭꼭 숨기던 그림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했다. 마음의 대화를 하는 것이 나의 대화법이었다.


같이 눕고, 호흡을 기다려주고, 마음을 묻고, 마음을 이야기하고.


내가 진심으로 느낀 마음의 대화는, 마음을 궁금해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현재 우주 속을 들여다볼 용기가 있다는 뜻이고, 힘이 필요하다면 동참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대가 늘어놓은 장황한 상황 설명에 휘둘리지 않고 방황하는 상대에게 조명을 비춘다.


효리가 내게 해 주었던 것처럼 나도 나에게 조명을 비춘다. 그러기로 마음 먹었다.


'난 너를 보고 있어. 너의 마음에 집중하고 있어. 그리고 무슨 마음이든지 다 이유가 있거든. 절대 이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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