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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fia Apr 17. 2023

나의 구세주, 나의 남편

나의 청소년기는 무척 남달랐다. 들끓는 분노와 까마득한 우울과 비정상적 환희가 뒤섞인 시기였다. 나는 그 당시 무척 반항적이었고, 그 탓에 부모님은 학교에 종종 불려오셨다. 이유없는 불안으로 과호흡 증상으로 실려가기를 여러 차례였다. 부모님과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에서 나는 계속해서 어긋났다. 폭풍같은 나의 충동을 잠재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매일같이 울었고 매일같이 혼이 났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나는 다소 늦게 찾아 온 지독한 사춘기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미래로의 암담한 마음은 방황으로 이어졌다. 학교에서 나는 답이 없는 문제아가 되었다.


 어린 시절 18개월때 한글을 뗀 나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랐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내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의 잇다른 일탈로 무척 마음 아파 하셨다.


 나의 이런 갈팡질팡한 마음은 대학교에 입학 한 뒤, 결국 화산처럼 폭발하고 분출했다. 그로 인해 나는 여러 고비를 넘겼다. 그 당시 나는 자살 충동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일곱 차례 자살 시도를 했고, 그 중 두 번은 무척 위험한 상황까지 가게 되기도 했다.


“나를 알아주었으면… 내가 죽으면 내 이 처절한 마음을 저들이 알게 될까?”


사람들은 사랑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힘내서 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코가 석자였다. 부모님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죽어서라도 내 힘든 마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갔다. 사람들은 더이상 내 주위에 몇 남아있지 않았고 많이 사랑했던 사람과도 이별을 했다. 그 사람과의 이별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나는 매일같이 아픈 나를 저주하며, 그 사람을 그리워했다.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매일 울고 매일 술로 밤을 지새웠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거야. 지금이랑은 달랐을거야.”


 쓸데없고 소용없는 생각만 되뇌었다.


 그렇게 끝이 없는 암흑기의 정점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내가 병원에 입원하던 날, 나는 3일정도 기억을 잃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나는 기억이 돌아온 후 그에게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물었다. 그는 당황했지만 내가 그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내 이야기와 사정을 들어주었다. 그는 나의 말을 듣고 처음엔 의심했지만, 결국 나를 믿어주었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는 가랑비에 옷 젖듯, 빠르지 않게 나에게 스며들었다.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 당시 남편은 나의 이런 병에 대해 공부했고,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병을 인정하게 되었다. 또한 남편의 도움을 받아 병원도 성실하게 다녔으며 무엇보다 약을 적절하게 꼬박꼬박 챙겨먹게 되었다.


 남편은 나의 구세주이자 거대한 조력자였다. 그렇게 나는 나의 이 병이 양극성 기분장애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드디어 견고한 병식이 생기게 되었다.


나의 인생의 획기적 전환기는 바로 이런 그와의 인연이었던 것 같다. 병에 대해 알고도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희생하는 남편을 만났고 나는 그 덕에 씩씩하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며 그 길고 긴 어둠의 통로 끝에서 나와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찾아온 이 귀한 인연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남은 인생 또한 서로 의지하며 격려하며 의리를 가지고 살아가고자 한다. 과연 그동안 나의 힘들었던 시간들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되는 방향으로 나를 데려다준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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