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쓴 평범한 말들이 만든 차별의 그늘

책이 불러낸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는 글

by 순간의 기록자

[메인 이미지 대체 텍스트: 노란 배경 위에 파란색과 빨간색의 추상 도형이 배치된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책표지 - © 태지원 / 앤의서재]






평범한 말들에 드리운 그림자

오늘 만나 볼 책은 태지원 작가의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이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무심결에 사용했던 평범한 일상어들이 어떻게 우리의 의식을 갉아먹고 사회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지, 더 나아가 차별과 배제의 그늘까지 드리우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표지.png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태지원 저 / 앤의서재 출판



나를 표현하는 언어의 거울

사람들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와 단어는 그 자신을 표현하는 거울이라 생각한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피하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가치관과 태도 등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나 또한 의식적으로 지향할 것과 지양할 것을 구분하여 사용하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언어라는 것은 습관이고 습관은 내 무의식 그 어딘가에 닿아있는 것이기에, 자연스레 내 삶의 언어로 발화되어 사용되는 것은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던 일화가 있다.


“틀린 것 같아요”

일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겠다 마음먹은 뒤 의기 충만했던 신입활동가 시절, 어느 회의 자리였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자리였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선배 활동가의 의견이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말을 얹었다. “그건 틀린 것 같아요. 제 생각은...”


내 의견을 다 듣고 나서는 그 활동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oo 씨, 의견이 다른 거지 제 생각이 틀린 건 아니지 않을까요?”


“아, 맞아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틀리다’로 말을 잘못했네요. 죄송합니다.”

바로 사과하고 정정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몇 차례 더 반복되면서 생각해 보게 됐다.

나는 분명 ‘다름’으로 이해했는데, 왜 입 밖으로는 ‘틀림’이 튀어나오는 걸까. 단순한 말버릇이라 넘길 수도 있었지만, 엄연히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말이었다. 어쩌면 내 무의식은 상대의 의견을 정답과 오답의 틀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자, 자연스럽게 그 습관을 고쳐보기로 했다.



말이 바뀌기까지의 시간

단순히 단어 하나 바꾸는 일이니 뭐 어렵겠나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랐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틀렸다’는 말이 다시 튀어나왔다. 말은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건..." 하고 숨을 고르듯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어야 했다.

무의식이 먼저 떠올린 문장을 의식적으로 교정하는 일은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했다.

나의 그런 어설픈 장면들로 인해 동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내 언어 습관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름’이라는 말을 끈질기게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생각도 좋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 입에서 의식적 교정 없이 흘러나온 그 말에 속으로 작은 탄성이 일었다.

‘드디어.’

말이 체화되는 과정은 단순히 단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사고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시간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돌이켜 보니 단어 하나를 바꾸는 데 자그마치 1년이 걸렸다.


그제야 나는 그전까지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경직된 방식으로 사고를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는 버릇은 단순한 언어습관이 아니라 달리 보면 ‘정상과 비정상’, ‘정답과 오답’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나도 모르게 학습되어 있었다는 증거였다.



질문이 열어준 내면의 문

나에게 처음 질문을 건네준 선배 활동가는 나를 비난하지도, 가르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웃으며 질문 하나 건넸을 뿐이었지만, 그 질문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작이 되었다.


그때 그 선배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잘못한 줄도 모르고 누군가의 의견을 쉽게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처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요즘 시대에 ‘공감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누군가에게 깊숙이 공감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낯선 세계의 타인을 만나고 환대하는 태도를 일부러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방음벽이 설치된 방 안에서 확성기를 대고 소리 지르는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中 필터 버블의 세계>



우리를 묶어두는 여덟 개의 단어

책은 말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 중 여덟 개의 단어를 길어 올려 독자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정상’, ‘등급’이라는 기준을 세워 어떻게 편 가르기를 하고 장벽을 만드는지.

그리고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같은 단어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를 옭아매고, 사람을 재단하고 서로를 구석으로 몰아세우는지.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해 온 말들이 사실은 나를 비롯해 타인을, 그리고 사회를 얼마나 협소하게 만들고 때로는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는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질문이 움직이는 세계

“우리의 자아가 타인과 만남을 갖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면 조각은 영원히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관성을 물리치고 새로운 책장을 펼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려는 노력, 그 지점에 서야 비로소 열리는 시선과 세계가 있으니까.“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中 나의 형편없음을 알아차릴 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받아 안아 나도, 다른 독자들도 각자의 내면에 깃든 경직된 사고의 무의식을 비추는 환한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사고가 바뀌면 태도와 행동이 달라지고, 그렇게 조금씩 모인 변화들은 결국 사회의 흐름을 다른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결국 우리의 세계 또한 더 넓고 크게 확장되는 게 아닐까.




안녕하세요. 순간의 기록자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

"내가 무심코 써 온 말들에는 어떤 심리적 빗장이 걸려 있을까요?"입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해드린 책은 여러 권의 저서를 선보이시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태지원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유랑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출판 작가를 꿈꾸는 많은 작가들께 도움이 되는 글을 올려주시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회를 가르치기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참고 문헌과 함께 책이 쉽게 잘 읽히도록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여러분들께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유난히 사회계열의 책들이 손에 자주 잡혔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주 월요일이면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는 사실이 마음 한편에 은근히 자리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음 회차부터는 복귀 후에 다시 인사를 드리겠네요. 일주일에 글 한 편 올리는 짧은 리듬이지만, 이 약속을 잘 이어가고 싶어 스스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라 그런지 요즘은 부쩍 붕어빵이 떠오르곤 합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사는 동네는 ‘붕세권’이 아니라서 그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데요. 독자분들 중 ‘우리 동네는 붕세권이에요’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의 작은 부러움을 살포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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