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천리길을 따라 4

1코스: 금강의 발원지_뜬봉샘

by 임다래



3.2. 토요일. 장수군 여행은 처음이다. 금강의 첫물이 시작되는 곳으로 향한다. 뜬봉샘생태공원을 찍고 길을 나섰다. 옥천집에서 94km 떨어져 자동차로 1시간 30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돌아올 집이 있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큰 힘이 된다.

뜬봉샘이 산에 있다고 해서 발목 높이의 등산화를 챙겼다. 3.9km에 원점 회귀코스라고 하니까 부담은 없다.


금강천리길의 첫 발걸음! 이제야 떼 본다.



금강 천리길 1코스_ 안내 자료


금강사랑물체험관 앞에 주차를 하고 '올댓스탬프' 어플을 켰다. 깃발만 보고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여행이 싫어서 자유여행을 고집하던 자신이건만 올해 금강천리길 21개 코스를 정주행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스탬프투어를 시작해본 것이다.


아무리 짧고 간단한 코스라 할 지라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요소마다 길 안내 표지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구나 인적이 드문 코스에서는 깃발 하나, 발자국 흔적마저 구세주처럼 보인다. 11시가 가까운 시간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물체험관도 닫혀 있다.


대장님과 나는 어플에 의존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어플,,, 처음부터 영 미덥지가 않다. 갈래길은 많은데 어디로 가야할 지 군데군데 서 있는 안내 표지판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럴 땐 어플 상에서 이탈이나 정코스에 대한 안내멘트가 제시되어야 하는 데 제대로 소통이 안된다.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여행의 묘미겠거니 하며 느긋하게 즐기면 좋으련만,,, 여행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장님과의 동행이라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는 촉박한 상황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위험하다. 자칫 금강천리길 투어 전체에 대한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서 길을 찾아내라는 기계치 대장님의 엄명에 따라 어플과의 소통을 위해 오르락내리락거리며 분주했던 나는 나름 길잡이로서의 사명을 다하였다. 어떤 길에선 따로 걷고, 어떤 길에서는 함께 걸으며 각자의 풍경을 담거나 함께 풍경이 되었다.


서로의 언어와 몸짓 속에 담긴 행간 읽기!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닐런지.



뜬봉샘 생태공원 내 자작나무숲



생태공원 내에는 이렇게 자작나무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수피를 드러낸 자작나무숲은 겨울산에서 단연 눈에 띈다. 저 하얀 껍질 속에선 새싹이 꿈틀거리며 햇살을 향해 고개를 디밀고 있을 것이다.


뜬봉샘 앞에서



종교를 가지진 않았지만 신성한 장소에 이르면 저절로 두손을 모으게 된다. 음지와 양지의 구분이 선명하게 확인되는 곳에 뜬봉샘이 자리해 있다. 흡사 어머니의 모습이다.



잔설을 뒤집어 쓴 안내판이 그 유래를 말해준다. 아래 네이버 지식백과를 보면 더 자세하다.





수분령에서 나눠지는 두 강줄기


장수읍에서 남원 방향 19번 도로로 약 8㎞ 정도 가면 소백산맥에서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인다. 이 줄기를 수분재(水分峙)라 하며 재 옆에 마을을 수분마을 또는 물뿌랭이 마을이라고 부른다. 예전엔 재의 중앙에 외딴집이 한 채 있었다. 비가 오면 몸채의 용마루를 경계로 남쪽으로 떨어지는 지붕 물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지붕 물은 금강으로 흘렀다고 한다. 수분마을 밑에는 장수읍과 번암면 경계지점인 해발 600m의 수분령(水分嶺)이 있는데 여기에서 섬진강과 금강의 두 강줄기로 나눠진다. 예전에 여기는 남원 등지를 통하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주막이 많아 지나는 길손들의 애환이 서린 휴식처였다. 이 수분령 주막 터는 계속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1990년대 들어 헐렸다. 1996년 그 자리에 가든과 주유소가 들어앉아 휴게소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수분마을 뒷산 계곡을 따라 2.5㎞ 올라가면 금강의 발원처인 뜬봉샘飛鳳泉)이 있다. 차가 한 대 정도 겨우 지나갈 만큼 길이 좁다. 마을 회관이나 산 중턱 임도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 최근에 마을부터 샘까지 나무계단을 깔고, 군데군데 조망대를 설치 중이다. 뜬봉샘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얽힌 설화가 있다. 이성계가 천지신명의 계시를 받으려 이곳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는데 백 일째 되는 날 봉황새가 무지개를 타고 나타났다. 황급히 봉황새가 뜬 곳을 가보니 풀숲으로 가려진 옹달샘이 있었다. 이후 봉황새가 떴다고 해서 샘 이름을 뜬봉샘으로 지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물(水)의 고장, 장수 -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 (신택리지, 장원수, 경향신문)




뜬봉샘 안내판



이 작은 바위틈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강줄기를 이루고 바다로 흘러가며, 그 여정이 천리인 것이다.

'남상'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장구한 역사를 만들어 가는 강의 기원이 작은 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물에서 비롯된다는 고사가 있는 단어다.(어느 날, 공자(孔子) 앞에 자로(子路)가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나자, 공자(孔子)는 「양자강(揚子江)의 근원(根源)은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의 적은 양의 물이지만, 하류로 내려오면 그 수량(水量)이 엄청나고 흐름도 빨라서 배를 타지 않고는 강을 건널 수 없고, 바람 부는 날에는 배조차 띄울 수 없는데, 이는 다 물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니라.」하고 말했다 함.)


오늘 이렇게 두손을 모으고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해본다. 내려오는 길에는 다음 코스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티격태격하며 올랐다가 알콩달콩거리며 내려온 우리의 첫 금강천리길! 코스를 벗어난 길로 다녔지만, 점심으로 먹은 떡볶이 맛집도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지만, 다음 코스가 기다려진 날이었다.


뜬봉샘 아래 골짜기에 들어서면 졸졸졸 흘러가는 물소리가 들린다. 봄을 향하는 소리다. 모든 시름 대신 희망을 안고 흐르는 금강의 소리다. 지금도 아가의 웃음같은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