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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Aug 20. 2022

음악은 우리를 조종할 수 있다

나는 평소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리들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누군가의 발음하는 방법, 말투, 톤, 그리고 일상에서 나는 사물들의 소리, 공기의 소리까지.

나는 소리에 극도로 예민하다.


그래서 음악에도 굉장히 예민한데,

특히나 나는 어떠한 음악이 나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그 분석에 따라 내 컨디션이나 심리에 맞게 음악을 선택해서 듣거나 그 음악을 내 귀에서 차단해버리기도 한다.

나는 사실 음악을 하는 사람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 자체를 마음 편히 즐긴다기보다는 음악이 주는 어떤 지적인 자극이나 효과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그것을 즐기곤 한다. 그래서 특정 음악이 주는 효과를 분석해보고 선택하여 음악을 즐길 때가 많다.

이것은 내가 갖고 있는 신념 중 하나, 즉 '음악이 인간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신념 때문이다.

음악과 인간의 관계는 내가 '음악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고찰' 편에서도 썼듯이 우리가 완전하게 다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인간이 음악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아마 나 말고도 흔하게 경험해본 일일 것이다.

최근에 이와 관련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첫번째 일화는 나의 외할머니와 관련된 것으로, 외할머니께서는 아흔이 넘으셔서 기억력도 낮아지시고 최근 여러 삶의 일들로 인해 무기력한 삶을 살고 계신다. 주변 친구들께서도 다 돌아가시고 최근에는 사정상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동네로 이사를 가셔서 혼자 계시는 시간이 부쩍 많아지셨다. 그래서 최근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겪고 계시는 중이시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우리가족이 최근 우리 집으로 모셔서 일주일간 할머니와 함께 지냈는데, 할머니께서 낮에 소파에서 성경책을 읽으시다가도 자꾸만 무기력하게 드러누우시거나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시는 모습을 보이시곤 하셨다.


그럴 때 음악을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한 행동이 있다. 바로, 스피커로 찬송가를 트는 일이다.

할머니께서 평소 좋아하시던 찬송가 리스트를 준비해서 틀어놓는데, 그러면 갑자기 할머니의 컨디션이 바뀐다. 성경책을 읽다가도 몇 분 뒤에 무기력해지셔서 안 읽으려고 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갑자기 힘을 내서 성경책을 읽기 시작하신다. 그리고 오랫동안 집중을 하신다. 무기력함이 사라지고 다시 읽을 힘을 얻으셔서 일어나 성경책을 읽으신다. 내가 한거라곤 찬송가를 튼 것 뿐인데.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 이탈리아 출신 가수이자 프랑스 전 영부인이기도 했다.

두 번째 일화는 나 말고도 평소에 많이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이번 일화는 최근 친구와 호캉스에 가서 있었던 일로, 내가 먼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평소 좋아하던 Carla Bruni의 잔잔한 프랑스 샹송을 방에다가 틀어놓았다. 방에 혼자 남겨진 친구는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그때 갑자기 "아, 졸리다" 하면서 나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 나는 그것이 잔잔하면서도 졸린 듯한 Carla Bruni의 프랑스어 노래 분위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래서 바로 "아, 그래? 잠깐만"이라고 말을 하고 약간의 생동감 있는 비트가 깔린 트렌디한 음악을 틀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방의 공기가 바뀌면서 친구가 곧 졸음을 이겨내고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 친구는 그 때 잠들지 않고 그 이후에도 나와 재밌게 놀 수 있었다. 이 때도 내가 한 거라곤 다른 음악을 튼 일뿐이었다.


이 외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들은 참 많다.

나는 때로 잠이 안 올 때 일정한 박자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바로크 음악을 일부러 듣기도 하고,

너무 복잡한 일 때문에 힘들어서 마냥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고 싶을 때는 디즈니 OST를 듣기도 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있고 싶거나 나의 텐션을 올리고 싶을 때는 평소 듣지 않던 케이팝 음악을 리스트로 설정해 듣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런 소리가 없는 무(無)의 상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음악을 선택할 때마다 나의 기분이나 컨디션, 감정에 변화가 생긴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음악이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음악의 힘은 크다고, 그리고 인간과 음악의 관계는 생각보다 더 깊다고.


무엇이 좋은 음악이라고 판단 내릴 수는 없지만, 각자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음악들을 가까이 하고 삶에서 좋은 음악들을 많이 향유하면 좋겠다.


나는 음악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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