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오준호 대선 후보 인터뷰(1)
이엪지의 인터뷰 시리즈 [EFG TALKS]의 핵심 키워드는 ‘발견과 알아차림'입니다. 이엪지는 자신만의 예민함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오후 5시, 2월 뉴스레터 주제로 ‘대선'을 다루자는 회의를 막 끝내던 때였어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는데, 문의 글에 인터뷰이 요청 제안이 와 있더라고요. 그것도 대선 후보로부터 말이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처음 놀라고, 그 대상이 대선 후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 나요. 이엪지의 영향력을 실감한 순간이었죠. 독자 여러분 덕에 대선 후보 인터뷰도 해봅니다(감격).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대선 후보와 인터뷰해서 공약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이번에 기회가 닿은 오준호 후보의 공약을 더 꼼꼼하게 살펴봤어요. 10여 년 동안 책을 쓰고 강연을 하다 국회에 들어와 입법 활동을 하고, 올해는 대선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 논픽션 작가에서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기본소득이 있었는데요. 기본소득이란 무엇이고, 오준호 후보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인터뷰가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의 역량과 공약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네 안녕하세요.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오준호입니다. 저는 기본소득을 알리는 운동을 해오다가, 용혜인 의원의 제안으로 국회에 가서 여러 가지 정책과 입법 활동을 해왔는데요. 기본소득당의 메시지를 알리고, 제가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서 살아온 삶에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에 이번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시다가 정당에 들어오셨다고 들었어요. 작가에서 정치인으로, 이번에는 대선 후보로 기본소득을 알리고 계신데요. 대선에 출마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마냥 정당만을 위한 건 아니에요. ‘기본소득당 후보로서 정당을 알리자’ 이 정도의 취지였다면 꼭 저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요. 그보다는 이번 선거에서 기본소득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적 사명감에 나섰던 거 같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제대로 된 사회 제도와 분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잖아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가 기본소득을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자 공론장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논의는 사라지고,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는 모습만 보이더라고요. 이대로 가면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건 둘째 치고, 국민들이 정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될까 봐 우려가 됐죠. 기본소득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를 누군가는 만들어야 할 텐데, 그 역할을 내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기본소득당에서 나아가 기본소득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출마하신 거군요. 그래서인지 ‘월 65만 원 기본소득’을 1호 공약으로 발표하셨는데요. 개념이 생소할 독자 분들을 위해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또 65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이 책정된 배경을 설명해주시겠어요?
기본소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개인에게 어떤 심사 없이 그리고 조건 없이 지급하는 돈, 혹은 돈을 주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복지 제도와 비교하면 좀 더 이해가 되실 거 같아요. 일반적인 복지제도가 가구의 대표자나 세대주에게 돈을 지급해준다면, 기본소득은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개개인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예요. 돈이 적냐 많냐, 부자냐 가난한 사람이냐, 일할 능력이 있냐 없냐, 부양가족이 있냐 없냐, 이런 심사 일체가 없어요. 또 돈을 주는 대신에 구직을 해라, 혹은 사용 내역을 보고해라, 혹은 여기에만 써라 이런 조건도 전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철학과 맞닿아 있는데요. 기본소득은 사회가 갖고 있는 어떤 공동의 자산, ‘공유부’에 대해서 모두 각자의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보거든요. 토지와 같이 사회 공유부를 이용한 수익이 창출되면, 일정 부분은 모두가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옳다는 거죠. 이게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고요. 기본소득을 실현하면 단단한 사회 보장제도가 마련되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65만 원을 책정한 이유는 최저 생계 금액과 연관이 있는데요. 기본소득이 갖고 있는 장점이나 매력을 살리려면, 최저 생계 이상은 줘야 된다고 봅니다. 기존 복지 제도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 급여가 현재 55만 원 정도 되는데요. 그 이상을 주면 최소한 벼랑으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65만 원을 모두에게 매월 지급하자는 목표를 갖고 공약을 냈습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공약에 관한 질문을 드릴게요. 먼저 노동권인데요. 최근 주 4일제를 비롯해서 적절한 노동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후보께서 생각하는 적정 근로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선 저희는 주 4일제가 아니라 ‘주 3일 휴일제’를 공약으로 냈습니다. 주 4일제도 노동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는 좋은 논의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주 4일제는 근무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근무제가 정착되어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정규직 노동자들은 수혜를 받을 수 있어도, 플랫폼이나 불안정 노동자, 자영업자 등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떤 경우라도 주 3일은 쉴 수 있게 하자’는 의미로 주 3일 휴일제를 냈습니다. 노동 시간이 몇 시간이냐 보다는 쉬는 시간을 최소한 확보하자는 거죠.
사실 그러려면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돈만 주고 끝내서는 제도적인 노동 시간을 줄이기엔 한계가 있겠죠. 지금이 40시간+12시간제라면, 저희는 32시간으로 정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연장 노동을 6시간으로 제도화하자는 입장입니다.
또 지금은 특근이나 야근, 휴일 근로에 대략 할증의 50%가 붙는데 저희는 할증을 100%로 붙여야 된다고 봅니다. ‘돈을 많이 줄 테니 휴일에 나와서 일해라'라는 뜻이 아니고, 사용자들이 최대한 연장 근로를 못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얘기한 거죠.
사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임금 삭감에 대한 걱정이고, 노동 양극화 해소 등의 문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급진적인 변화가 가능하냐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형태의 소득 보장이 없으면서 노동 시간만 줄이면 결과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니까요. 결국 기본소득과 결합하면서 제도적으로 노동 시간을 줄여야,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봐요.
선진국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걸어왔어요. 요즘 산업의 추세도 장시간 노동이나 대규모 집약적인 노동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거든요. 이런 생활 변화에 맞춰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늘리는 게 맞겠죠. 이 부분은 충분히 공론화하고 설득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분명한 대안과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사실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을 거 같기도 해요(웃음). 그렇다면 노동자 처우와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쓰레기 처리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셨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요.
저는 쓰레기 처리 과정을 공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고, 실제로 공약에도 반영을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생활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쓰레기 처리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이 많이 악화되고 있어요. 주로 고령의 노동자분들이 쓰레기를 분리하시는데, 간혹 주사기나 바늘이 튀어나와 손에 찔린다던지 그런 위험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죠.
자동화가 많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참 아이러니한 건, 위험한 일은 여전히 인간이 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계가 디테일한 일을 하지 못하니까요. 문제는 이런 위험한 일들이 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 민간 위탁 업체가 맡고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지자체별로 노동 기준이나 작업 기준도 천차만별이고요.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 수준도 악화되어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2019년 12월에 미화원들의 야간 새벽 작업을 주간으로 전환하자는 개정안이 통과됐는데요. 권고 사항이다 보니 여전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야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요. 지난해 12월 15일에 또, 서울 강북구에서 청소 작업을 하시던 미화원 한 분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고요.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맞습니다. ‘이런 일은 할 수 있다’라는 식의 예외 규정들이 많은데, 폐기물 처리법의 시행령을 꼭 개정해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봐요. 또 보건과 관련된 필수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 직고용을 도입하고 안전 조건의 기준을 맞춰야 된다고 봅니다.
설령 꼭 필요해서 예외적으로 야간 노동을 하더라도, 3인 이상 근무하도록 의무 조항을 두는 등 그런 부분들을 바꿔 나가려고 해요. 앞서 ‘주 3일 휴일제’에서 언급했듯이, 야간 노동을 못하게 하려면 야간 노동 비용을 높여야 한다고 보거든요. 할증제를 높이고 100% 이상의 추가 수당을 받게 해서, 지자체든 위탁업체든 야간 노동을 쉽게 못 시키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주거권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토지 다 함께 부동산 정책>에서 ‘토지임대 공공 환매 주택 공급’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토지임대부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부에게 과도한 개발 이익만 안겨주고, 서민 주거 안정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지임대부 방식 : 토지는 공공이 소유 또는 임대하고, 지상의 건물만 입주자에게 양도하는 방식. 분양 가격에 땅값이 포함되지 않아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음.
과거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실험적으로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결과가 한번 나온 적이 있어서 우려하시는 거 같아요. 당시엔 토지 임대부를 하되 그것을 최초로 분양받은 사람이 시장에 되팔 수 있게 해 줬습니다. 문제는 공공이 토지를 임대해서 부동산 가격 자체는 많이 줄었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매우 싼 집이 공급되니 프리미엄이 붙어버린 거죠. 결국엔 주택값이 올라서 되파는 사람만 로또 맞은 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공공 환매’라는 조건을 덧붙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팔고 싶다면 공공에 일정한 가격으로 되팔게 하는 거죠. 오래 살았다면 약간의 차익은 발생하겠지만, 시장에서 이익을 다 가져가는 일은 없도록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주택 공급 방식을 바꾸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도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북유럽 국가들이 토지임대부 효과를 봤던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해당 국가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저렴하게 토지를 비축해서 공공수요 토지를 풍부하게 쌓아놨던 것 같은데요. 한국은 그런 토지가 많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맞습니다. 60년대부터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해졌는데, 당시 박정희 정권은 민간 개발사한테 땅을 팔았습니다. 그 덕에 민간 개발사들은 비싼 분양 이익을 받아서 팔아넘겨왔죠. 국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공공 토지 자체가 점점 줄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엔 공공이 토지자산을 다시 확보해야겠죠.
저는 한국주택은행을 만들자는 공약을 한번 대담하게 내봤습니다. 한국주택은행은 지금의 한국 토지은행인데,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저는 주요 기관이나 민간 투자 등, 자금을 끌어들여서 다시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다만 임대 소득의 경우에는 민간 투자자들에게도 일정한 지분이나 인센티브를 줘서 참여하게 하자는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토지은행의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들여서 공공이 확보할 토지 자산들을 늘려가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해야 여러 가지 인권 기준을 상향하는 질 좋은 공공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또 다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살 공간을 지원받는 건 좋지만 최소 주거면적에 속하는 크기의 방이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혼자서도, 여성으로서도 안전하게 거주할 공간을 원하는 대답이 많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기본소득당 신민주 당원이 쓴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라는 에세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최근에 했던 “방 말고 집에 살고 싶습니다”라는 캠페인도 생각나고요.
이 문제는 최저주거기준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10여 년 전에 주택법상 최저주거기준을 개정할 때, 4인 가구를 표준으로 뒀던 게 문제였다고 봐요. 1인 가구의 실제 생활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4인 가구를 적당히 쪼갠 1/4 정도로 생각하고 최저주거기준을 정한 거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거 빈곤은, 단지 생활비나 주거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엌이나 화장실 등 꼭 필요한 생활 시설이 없는 곳에 사는 이들도 사실은 주거 빈곤층이죠. 그리고 주거 빈곤을 겪는 청년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결국 최저주거기준을 높여야 하고, 당연히 그 안에는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있어야겠죠. 난방, 채광, 소음, 진동, 악취, 보건 … 이 모든 것들이 다 포함되어야 합니다. 재난이나 재해, 폭력과 이웃 간 갈등으로부터 주거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도 마찬가지죠.
덧붙여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주거 환경이나 표준이 ‘성인 정규직 남성’에 맞춰져 있다는 거예요. 화재가 나서 대피를 해야 하는데, 대피 경로가 성인 남성의 시각에 한정되어 설계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여성과 소수자, 노약자들의 속도나 신체에 맞게 여러 가지 생활환경이나 대피 시설을 갖춰야 된다고 봅니다.
이런 당연한 일이 잘 안되고 있는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집값이 지나치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집값이 너무 높으니까 건축이나 재개발을 할 때 ‘최소비용 최대효율’만 따져서 집을 짓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집값을 낮춰서 적정 주거 가격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이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 당사자들의 생활환경을 고려해서 더 다양한 주거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1인 가구의 경우 25%만이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대다수의 후보들은 아파트 위주의 정책이나 공약을 내세우고 있죠. 1인 가구의 주거권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의 주택 공급 방식이 민간 위주의 개발이라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봐요. 외국에는 사회주택 방식, 사회개발 방식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완전 민간과 완전 공공, 그 사이에 있는 협동적인 개발 방식을 ‘사회주택’ 혹은 ‘사회개발’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사회개발’이라는 것은 실제 주거 이해 당사자들이 지금의 주택조합과는 다른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최소한의 삶의 기준이나 공동체적 참여를 보장하는 개념입니다. 여러 가지 기준들을 세워서 그에 맞는 단지나 주택들을 함께 짓는 거예요. 이윤 창출보다는 당사자들이 원하는 삶의 일정 수준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 협동하는 조합인 거죠.
저희들이 ‘공공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으로 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법 제도를 정비해서 1인 가구나 청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사회주택형 개발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집에 살 것이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주거 정의를 원하는지에 맞춰서 정책들이 다변화돼야 될 것 같아요.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는 여성들을 위해 합격자 성비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히셨는데요. 합격자 성비만으로는 실상을 감출 수가 있어서, 응시자 성비나 임금까지 함께 공개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더라고요.
네, 제가 올해 첫 공약으로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죠. 프리 프롬포(Free From Four)라고 나름 이름을 붙여봤는데요(웃음). 청년 여성의 4가지 고통을 우선적으로 없애자는 정책입니다. 첫 번째는 온라인 공간의 혐오 표현 문제, 두 번째는 채용 성차별 문제, 세 번째는 젠더 폭력, 네 번째는 임신 중단권과 같은 젠더 건강 문제인데요.
채용 성차별 문제에서 제가 강조했던 것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점부터 문턱이 발생하면 생애 주기가 진행되면서 격차가 점점 더 커지게 된다는 거였어요. 저는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그 첫 번째로 성차별이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 성비 공개를 의무화하자고 강조한 거죠. 서류부터 최종까지 과정별로 합격자 성비를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채용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저는 채용절차법을 대폭 강화해서 성차별적인 질문까지도 못하게 만들자는 내용을 공약에 넣었고요. 현재 채용절차법이 30인 초과 기업에만 적용되는데, 30인 미만 기업까지 확장한다거나 면접관의 성비도 고려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결국 합격자 성비 공개를 의무화하는 거고, 이것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들을 보완적으로 제시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합격자의 성비를 최종 결과뿐만 아니라 서류나 면접 등 각 지원 단계별로 공개하자는 말씀이신 거군요.
네. 저희들은 최종만이 아니라 1차, 2차, 3차 등 채용 단계별로도 성비를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성비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겠지만 각 기업별 수치를 비교하면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곳에는 의심을 던지고, 그에 대해서 주목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단계별 공개가 필요하다고 봐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지원 단계가 명확해서 잘 적용이 될 거 같아요. 반면 스타트업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엔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영세 기업, 소기업의 경우 그런 문제가 있겠죠. 기준을 세우고 점차 확장을 해 나간다고 봐야 할 거 같아요. 저희는 30인 이하의 기업까지도 채용 절차법을 적용해 나갈 생각이고,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담당 인력을 배치하는 등 보강해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노동권과 관련해서 늘 고민되는 지점이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사실 소기업에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바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법제적인 사각지대가 있죠. 결국엔 대기업부터 확실히 해나가면서 인력들을 확보해 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정부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최근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여가부 논의와도 관계가 있겠지만, 성평등은 물론 고용을 포함한 차별 금지를 다루는 ‘컨트롤 타워’가 꼭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그걸 여가부가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부처가 할 것인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요.
정부의 의지와 역할, 저희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후보께서는 성범죄 관련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처벌법 강화와 개정을 공약하셨더라고요. 하지만 거의 다 처벌에 관한 이야기고 범죄예방이나 피해자 보호에 관한 논의는 많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당시에 짧은 시간 발표를 하다 보니 폭력에 대한 응당한 처벌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 점은 있습니다. 저는 크게 3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1) 응당한 처벌, 2) 피해자 인권 회복, 3) 성폭력과 관련된 사회적 문화를 바꿔나가는 문제입니다.
처벌에 있어서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자 하고요. 특히 저희는 교제 폭력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보다는 가정폭력 처벌법을 개정하는 것이 지금 발생하는 범죄들을 처벌하는 데 있어 더 도움이 될 거 같더라고요. 성범죄가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기반으로, 가정폭력 처벌법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 적용할 생각입니다.
피해자 회복과 관련해서는 피해자 개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걸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걸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전문적인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불법 촬영물들을 삭제하고 수거하는 일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요. 젠더 폭력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까지 신변 보호의 범위를 확대해서 2차 폭력의 가능성을 줄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적인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온라인 혐오 표현 규제입니다.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혐오 표현은 또 다른 혐오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디지털 공간의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행동 강령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요.
성폭력과 관련된 문화를 바꾸는 문제는 다른 여러 가지 문제도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에요. 모든 정책에 성평등과 차별 금지 기조가 녹아들게 해야 한다는 거죠. 이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여성들의 참여 비율을 높이는 등 여러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교육이 범죄예방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청소년의 경우 디지털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소속된 공간에서도 혐오 표현을 마주하고 있거든요. 교육적 측면에서의 예방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공감합니다. 미디어의 양극화로 인해 확증 편향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도 분명 영향을 받겠죠. 교육 과정에 이걸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는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봐요. 다만 아까 말씀드렸던 혐오 표현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행동 강령을 만들어 차별에 대한 언행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제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방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스에 없는 저마다의 이야기, EFG
기성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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