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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겨울 Sep 30. 2022

50분 25만원 투

두 번째 상담



■ 알림 ■

인류애가 사라질 수 있음

이 글로 인해 매우 피곤해질 수 있음

투머치토커의 글 임

안물안궁 35살 성장통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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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라고 가는 길에 여유가 생겼다.

인근 카페에 앉아서 천천히 음료도 즐기며 수첩에 메모도 하고 음악도 들었다.

압.구.정. 단어에 괜히 광역버스 타기도 전에 주눅들어 있었는데 이번에 덜 주눅들었다. 오징어에서 이제 쭈꾸미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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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린 시절을 물으실까?

그중에서도 왜 아버지를 물으실까

기록이나 녹음하지도 않으시던데

그 부분이 1번밖에 없는 과거 상담에서 특히나 기억에 남으셨던 걸까?

기록을 하지 않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만 진료상담을 하기 때문일까? 일주일에 한 번씩 하기 위해서 기록을 하지 않은 걸까? 비슷해 보이지만 이것도 인사이트나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닐지 궁금하다.


45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1분이라도 늦거나 부족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데 나는 이게 일종의 '여유'라는 게 없는 사람 같다.


Q. 3주 만인데 그 사이 무슨 일은 없었나요?

감정이든 생각이든 사건이든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말해보세요.

A. 11년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큰일이 있었습니다. 아이 같은 반에 한 질병으로 기기를 부착한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1학기에 저희 아이에게만 그 질병에 대해 밝혔고 한 학기 동안 가까이 지냈습니다. 둘 사이를 부모의 시선에서 봤을 때 굉장히 친한 사이라고 해석됐어요. 명절에도 서로의 집에서 놀만큼이었으니요.

2학기가 되면서 반장선거를 통해 그 아이는 반 아이들에게 자신의 질병을 밝히기로 했고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 아이는 그 아이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글로 마음 표현하기' 수행평가 시간에 자신의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ㅇㅇ야 나는 요즘 너와 사이가 멀어진 것 같아. 반장이 된 후로 네가 나를 멀리하는 것 같아. 너를 상처주기 위해 한 말은 아니야.  그런데 네가 아이들에게 조금 관심을 받기 위해 밝힌 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상처가 되었다면 미안해.'

그저 자신의 마음 표현하기 시간이라 진심으로 그 글을 쓴 아이. 이 글을 기회로 서운함을 풀고자 그 친구에게 글을 보여줬고 상대아이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말해서 그분들은 화가나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하셨습니다. 이 내용을 제게 전하신 담임선생님께 저는 상대방 부모님 연락처를 물었고 아직 그 글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로 무조건 사과 전화부터 드렸습니다. 글의 문맥과 상관없이 '관심' 이려는 단어를 쓴 건 저희 아이니 까요. 무조건 잘못했다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다시 한번 그 글을 써 보라 하니 막힘 없이 아이는 써 내려갔고 남편은 과한 해석이라며 억울해했습니다. 아이도 그 정도 상처가 될지 몰랐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 했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너의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 맡겼는데 그 카톡을 받은 상대방 부모님은 더 화가 났다며 교육부장님, 담임선생님 등 학교 관련 선생님 3명과 자신, 아이 앞에서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 자리가 열리기까지 일주일. 저는 아이에게 참 너무하게도 뭐라 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필터를 거쳐야 하는 거라고. 남편과 의견 충돌도 있었고요.

그 자리에서 남편은 과하다, 저 아이도 우리 아이에게 상처 준 일들 많은데 서로 상처 주고받고 아이들에게 맡기며 키우는 거 아니겠느냐,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상처냐며 따져 물었고 상대방 부모님은 이건 특수상황이라며 화를 내셨습니다. 저희 아이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저는 답답하고 죄스럽고 힘들더라고요. 억울하지만 제가 남편을 제지해서 사과하고 대화를 종결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 걱정되고 두려웠거든요.

남편은 제게 '그럼 우울하고 계속 괴로워했으면 좋겠냐'라고 물어요. 저도 그건 원하지 않지만 뭔가 제게 믿음을 주지 않아서 계속 불안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질까 봐서요


Q. 제 생각에는 과한 해석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일단 억울하더라도 사과하신 건 잘하셨습니다. 일이 더 커지기보다 종결하는 게 나으니까요.


A. 저는 그 후로 아이에게 화를 많이 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 부모님께 죄송하다 한마디 하면 끝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게 답답했거든요..


Q. 그러지 마세요. 아이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아직 아이니 까요. 혹시 모멸감을 느꼈을 수도 있어요. 일단 아이에게 네가 억울한 점 엄마가 알고 있다고 아이 편에서 해석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요. 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바로바로 피드백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니 까요. 참 어렵죠. 억압하고 누르면 당장은 따라올지 모르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세계가 형성됩니다.

지금은 아이를 위해서 공감하고 억울함을 이해해주고 잘못한 점은 알려주는 것. 까지만 하세요. 앞으로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하시고요. 일어나지 않은 일로 계속 아이를 압박하지 마세요. 지금 S씨도 상대방 부모님 편에서 아이를 집단 린치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를 더 괴롭히지 마세요. 아이에게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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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유년시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셨다.


Q. 도둑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사람은 사건 현장이 궁금해서 다시 돌아와 봅니다. 내가 빠뜨린 건 없는지 증거를 남겨두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죠.


Q. 아버지는 왜 사업에 실패하셨다고 했죠?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믿음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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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 병명이 정확히 뭔지 궁금해요.

A. 요즘은 각종 심리 검사가 많잖아요. 그걸 하는 게 제게 도움이 될까요?


Q.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신경적, 인격적, 경계선. 불안장애, 우울, 강박증 모두 겹쳐 보입니다.

궁금하다면 서점에 가서 눈에 들어오는 심리학 서적을 한두권 읽어보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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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대가 높고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많은 편입니다. 제가 거기에 맞춰서 뛰고 있는데 요구하는 게 많은 편입니다.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A. 평균을 몰라서 제 스타일대로 한 건데 부담이 되셨다면 죄송해요.

제가 불안으로 인해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한 것 같아요.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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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어요. 자신과 아이를 분리해야 합니다. S씨의 유년시절 부모님이 하신 그대로 아이에게 하고 있어요.


A. ??? 저는 제가 부족했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같이 시간 보내려고 놀이터에 나가고 산책하고 놀아주고요..


Q. 아닙니다. 부모님께 받은 그대로 아이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


인정하고 반성한다.

아이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

선생님은 이건 천천히 경험하고 그것들이 쌓여서 해결되는 거라 하셨다. 자꾸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 같다고. 이것도 인정한다.

나는 궁금했다. 과연 상담센터라는 게 뭘까? 가면 어떻게 치료되고 낫는 걸까? 커리큘럼이 있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는 이것들이 너무 알고 싶고 답답한데 내 사고의 전제부터가 틀렸기 때문에 답을 구할 수 없는 거였다. 심장이나 당뇨 같은 특정할 수 있는 질병은 이름도 말할 수 있지만 이건 명할 수 없는 거다. 그저 살아가면서 경험과 대화로만 치료할 수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이것이 뭘까 어딘가 경험한 기분인데.. 곰곰이 생각하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공부란 뭘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도대체 엄마가 말하는, 왜 공부 안 하냐고 할 때의 그 공부라는 게 뭘까? 궁금했고 답답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미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공부라는 게 뭔지. 그때 내게 누군가가 공부라는 건 뚜껑을 열어 국어, 수학, 영어, 과학, 한국사 등이 있고 그건 이 문제를 많이 풀고 이 점수를 만들어 너가 원하는 학과와 대학을 정하는 거야. 너는 뭘 하고 싶어?라는 코치를 받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다. 대학에 가서야 깨닫고 4년 과수석으로 졸업하면 뭘 하겠는가.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아이를 이끌어주고 싶었던 거다. 근데 그 방법이 또 잘못되던 중이었고 나의 성격적 결함과 함께 어려움에 빠져 병원을 찾게 된 거다.

쓰고 보니 나 참 별로인 사람이다. ㅠㅠ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진짜 피곤하고 피하고 싶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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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선생님께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실까 봐 말할 때 걱정을 했어요. 근데 제가 솔직하지 않으면 여기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어 그냥 제 진짜 모습, 머릿속 생각을 보여드렸습니다.


Q. S씨 절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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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의 시대다. 피해자는 너무 많고 정보도 너무 많고. 근데도 그걸 직접 제 발로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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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6시간을 투자해서 다닐 만큼 해결책을 빨리 얻으려고 했다. 그럴 수 있다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나의 유년시절, 청소년기, 부모님으로부터 모든 답을 찾는 선생님.

어떨 때는 그 과거에서 답을 찾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억지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근데 이것 역시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생각에 힘을 기르고 스스로에 대한, 아이에 대한 믿음이 언제 생길지 알 수 없다. 그저 지금은 병원과 상담을 다니는 수밖에..


지난 상담 때 너무 울어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많이 힘들고 집에 가서 저녁밥 차리고 집안일하기가 버거웠기에 이번에는 안 울어야지 했다. 천하제일 울보인 내가 이번에 50분 동안 어린 시절 얘기를 하는데 울지 않았다. 이건 정말 놀랍다.


상담 중간중간 계속 시계를 보다가 45분인지 50분인지 정확히 묻고 (45분인 날에는 선생님이 45분만 하겠다고 먼저 말씀하시겠다고) 딱 시간이 끝나자 정확히 일어나는 내 성격.


2주에 한 번은 안된다고 하셨었는데

다음 달에 예약을 학회로 하나 취소하셔서

10월은 2회다.

왜지? 피곤해서 하루 빼신 건가? 궁금한데 추궁할 수도 없고. 피곤한 내 성격.

가볍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자고.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좀 그냥 넘어가자.

생각을 덜한 생각을 하자.


핵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늘의 결론은 지나치게 자책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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