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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겨울 Jan 12. 2022

갓 구운 식빵

일단 시작하자

 고기만큼이나 쫄깃한 식빵에 살구잼을 얹어 먹고 싶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살구잼은 남아있는데 식빵이 없다. 보통 냉동실 어디께에 남은 식빵을 얼려뒀던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식빵이 없다. 없으니 어쩌냐 싶어서 밥도 먹고 디저트로 우유에 시리얼도 말아먹었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았다. 대체제로 찾은 것들은 내가 원하던 맛을 내지 못했다. 이건 단순한 허기가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을 채워야만 하는 욕구였다.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나가야만 한다. 빵집에 가서 찬찬히 돌아보고 운이 좋으면  구운 식빵으로   수도 있다. 대충 집에 있는 아무거나 또는 냉동실에 박혀있던 얼은 식빵이나 찾으며 만족하지 못했을 뻔한 오후가 직접 빵집에 가는 수고로움을 거치고 나니 마음에  드는 식빵을 먹을  있게 됐다. 상큼한 살구잼을 얹은  구운 쫄깃한 식빵은 나에게  만족감을 줬고  이상 다른 음식을 찾지 않게 했다.


  삶에서도 진짜로 내가 필요한 것을 찾게 되는 시기가 온다. 나에게는 직업에서 그런 욕구를 많이 느꼈다. 방목형 부모님의 육아 방식에 따라 독립적으로 자라났다. 부모님은 평생 맞벌이를 하느라 바쁘셨고 나이 터울 많은 4남매는 각자 알아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갔다. 나는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안에 앉았다. 변명 아닌 변명이지만 나의 그릇으로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고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후로 나는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하고자 집안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을 쳐댔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찾는 만족감을 채우지 못해 마음  구석이 스산했다.  삶의 무게에 몰입하다 보니 몸이 아파졌고 약을 먹어야만 잠을   있었다. 내가 해야  것은   가지였다. 직업을 갖는 .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해야만, 스스로 돈을 벌어야만 행복했다. 남편도 일을 하고 생활비를 줬지만 나는 여전히 힘들었다. 누군가는 내게 배부른 소리라고 오해하며 굳이  나가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벌려고 하느냐 핀잔을 주기도 했다.  년의 시간이 흐른  내가 얻은 깨달음은 타인은  삶이나 감정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마음의 구멍을 메우려 하면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사회에서 내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회생활 짧은 경단녀 애엄마를 써주는 곳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집 밖으로 나와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 공부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학원은 토목설계 기능사 취득을 위한 곳으로 불안장애 약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다녔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피곤하고 힘들어도 마음이 편해졌다. 오히려 몸이 피곤한 만큼 마음이 좋아지고 있었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욕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집 밖을 나오니 길이 보였다.

 종종 내가 원하던 빵이 쫄깃한 식빵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통곡물 식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빵을 사러 나간 그 길에 속상해할 것 없다. 덕분에 내가 진짜로 찾던 게 뭔지 알게 되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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