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요즘 소소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은지 아르바이트 관련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는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는 투로 "아르바이트나 계약직도 한 두 달 먼저 들어온 사람이 꼰대질을 한다."라고 말한다. "선배라 그런가 보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나도 후배한테 일 못한다고 쓴소리 했잖아."라고 말했더니 직장과 아르바이트는 다르단다.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입에선 "그때 왜 그랬나 몰라, 회사 그만두고 나니깐 진짜 별일도 아닌데..."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도 사람이라 그런가 항상 후회하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한다. 생각해볼 것도 없이 회사 내에서 난 냉정하고 차가운(전에 회사 대표님 말에 의하면) 사람이었다. 여름을 너무 좋아하는 겨울 같은 사람. 내 실수에도 다른 사람의 실수에도 너그럽지 못했다. 떠나면 끝인 자리에서 조금 더 인정받겠다고타인에게 상처 받고 또 다른 타인에게 상처 주며 9년을 견뎠다 생각하니 조금은 대견하고 많이 미안하다.
그저 그런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 조금 일찍 들어와 앉아있다는 이유로 내가 만든 일하는 방식에 타인을 맞추려 하고 조금만 틀어져도 실수로 나무라던 시절. 매일 부정의 감정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 시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마주했더라면 어땠을까. 사람을 대하는 게 능숙하진 않지만 '따듯한 사람'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어떤 시간 어떤 장소든 결국은 떠나게 된다. 심리학 수업시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당신의 기본이 모두의 기본이 될 수 없는데 왜 당신의 기본을 강요 하죠?."
결국은 떠나게 되면 내 흔적은 남지 않을 곳. 그 곳에 '나의 기본'을 무진장 뿌려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