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초기 호모사피엔스가 ‘자연 상태’에서 살 경우의 자연수명(natural lifespan)은 38세이다. 북극고래는 268년 동안 살 것으로 예측됐다. 갈라파고스의 핀타 섬의 핀타섬땅거북종의 최대 수명은 120세로 추정됐다. 침팬지는 39.7년, 혹등고래는 93년으로 예측됐다.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반의 경우 37.8년을, 털 매머드는 60년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인간이나 생명체는 잘못 만들어진 ‘불량’ 유기체이다. 불량품을 개량한 것은 과학과 의학기술이다.
수십만 년이 지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80.5세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이다. 현대인도 거친 자연에 노출되어 문명의 도움 없이 동물처럼 살면 50세도 넘기기 어렵다. 이것이 믿기지 않으면 동물원의 유인원을 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동물원의 유인원은 자연에서 사는 개체보다 훨씬 오래 산다. 수컷 고릴라는 15살 전후부터 등에 회백색 털이 나와 점점 많아진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나이 많은 수컷 고릴라를 ‘실버백(silverback)’이라고 부른다. 야생 실버백의 기대수명은 30~40년밖에 안 된다. 그러나 동물원에서 자란 고릴라는 거의 두 배 산다. 2021년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서는 61살, 2017년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동물원에서는 60살로 고릴라가 자연사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수컷 고릴라 윈스턴은 자연수명보다 10년~20년 넘게 살고 있다. 윈스턴은 인간과 같은 건강관리를 받는다. 인간에 적용되는 의학기술과 약물을 사용하고 의학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며 코로나19 백신도 접종받았다. 사람처럼 혈압약과 심장병 약을 먹고 심장모니터까지 이식했다.
https://www.nytimes.com/2023/12/22/health/winston-gorilla-aging.html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거부하는 반지성적인 사람과 집단이 21세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과학은 거부하면서 백신접종은 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동물의 고릴라와 마찬가지로 인간 수명은 자연수명의 두 배가 넘는다. 18세기 박물학자 조르주 루이 르클레르(Georges-Louis Leclerc, 1707~1788)는 사람은 이론적으로 최대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옛날이야기이다. 2023년 세계 최고령자 프랑스 앙드레 수녀(Sister André, 1904~2023)가 11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프랑스 여성 잔 칼망(Jeanne Calment, 1875~1997)은 122세까지 살아 공식적으로 최장수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한계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생물학적 한계치는 115살이라는 주장, 120살에서 150살이라는 연구 결과 등 다양하다.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면 150년까지 사는 사람도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