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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7. 2024

맛없는 남미 커피 먹으며 아라비카 커피 역사를 쓰다

2024년 남미여행을 하면서 가장 실망한 것은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는 점이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가져온 ‘다방’ 커피를 먹고 있다. 커피는 크게 로부스타(Coffea canephora)와 아라비카(Coffea arabica) 두 종이다. 특히 아라비카 원두는 품종마다 고유의 맛과 향을 내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두루 사랑받고 있다. 


로부스타는 염색체가 1쌍으로 된 이배체이지만 아라비카 커피는 이보다 많은 다수체로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아라비카 커피는 다른 품종과 교배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즉, 아라비카 커피 품종은 각자 긴 세월 동안 꾸준한 속도로 돌연변이가 자연발생하면서 고유의 맛과 향을 갖게 된 셈이다. 에티오피아 산 커피 원두와 과테말라 산 커피 원두를 동일한 방법으로 로스팅 하고 분쇄해 커피를 내리더라도 그 맛과 향은 서로 다르다. 에티오피아 산 커피는 라즈베리처럼 시큼한 맛이 나는 한편, 과테말라 산 커피는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난다. 그러나 모든 아라비카 커피 품종들은 유전적으로 거의 유사하다. 아라비카 커피 품종마다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내는 것은 유전자의 차이가 아니라 염색체 상 돌연변이로 인해 품종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개별 유전자의 차이가 아닌, 염색체의 대대적인 교환이나 삭제, 재배열로 인해 염기서열이 바뀐 결과 품종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버번’이라고 부르는 품종은 염색체에서 커다란 염기서열이 누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것은 염색체 하나 전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아라비카 커피(Coffea arabica) 품종은 61만~100만 년 전 이전에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숲에서 두 야생 커피 종 사이의 자연교배로 처음 등장했다. 로부스타 종인 카네포라 커피(Coffea Canephora)와 유제니오이데스 커피(Coffea eugenioides)의 자연교배를 한 것이다. 약 3만 년 전 야생 품종과 재배 품종이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 재배된 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예멘에서 재배되던 커피는 1600년경 인도 승려 바바부단(Baba Budan)이 씨앗을 밀반출해 인도 아라비카 품종이 확립되면서 커피가 세계로 확산하는 발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8-024-01695-w#cit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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