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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29. 2024

마지막 질문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은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이다. 이 질문은 과학의 연구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 스티븐 호킹은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방정식)이 아무리 정교해도 만물의 실재는 밝혀지지 않을 것이며,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은 미결인 채 남을 것이라고 보았다. 우주 전체를 설명하는 “하나의 통일된 이론이 있을 수 있다 한들, 규칙과 방정식의 체계에 불과할 뿐이다. 누가 방정식에 숨을 불어 넣어 우주를 기술하게 한 것인가? 수학적 모형을 고안하기 위해 과학이 택하는 방법이, 그 모형이 기술하는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언젠가는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이 대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분명하게 피력했다.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해 내기만 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소수의 과학자들뿐 아니라 누구라도 대강의 원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철학자, 자연과학자, 보통사람들) 모두는, 왜 우리가 그리고 우주가 존재하는지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신의 정신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물리학은 물리적 원인(physical cause)과 그 원인이 가져온 결과를 다룬다. ‘콩 심은데 콩 난다.’라는 말처럼 콩이 자라는 것은 콩을 심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콩은 우주 안의 한 생명체이다. 반면 우주 전체의 기원을 찾는 것은 콩과는 다르다. 우주의 기원 같은 우주의 물리적 원인을 우주 안에서 찾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 창문 없는 방을 만들어 사람을 가두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이 방의 기원을 방 안에서 찾는다면 영원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우주의 기원을 우주에서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과학이 아주 극미한 어떤 것, 예를 들어 우주 달걀(cosmic egg: 로마 가톨릭 사제였던 르메트르가 이름 붙인 원시원자 Primeval Atom로 우주 달걀 Cosmic Egg이라고도 한다), 아주 작은 양자 진공(quantum vacuum) 또는 특이점(singularity)을 우주의 기원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그 우주 달걀 등은 어디서 기원했는지 다시 질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주의 기원은 특이점으로부터의 빅뱅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 특이점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something)이다. 과학은 최초부터 현재의 우주까지의 진화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빅뱅으로까지 소급하듯이. 그러나 결국 과학은 벽에 부딪힌다. 과학은 최초의 물리적 상태인 빅뱅의 기원을 또 찾아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신’이 우주를 무로부터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가설(God hypothesis)을 완고하게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주를 외부로부터 관찰하는 천사가 아니다. 우리와 우리가 만든 과학적 모델은 우리가 설명하려는 우주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물리이론은 자기설명 적(self-referencing)이다. 따라서 모순적이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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