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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반짝이는 것이 다 별과 별똥별이 아니다!


밤하늘에 밝은 빛을 내면서 떨어지는 작은 유성이 별똥별이다. 크기가 커서 다 타지 않은 유성은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진다. 별똥별은 새벽에 잘 보인다. 어렸을 때 여름밤 시골 깜깜한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많이 보았다. 그 기억이 뚜렷하다. 그만큼 ‘아름다운’ 빛이었으리라. 우주를 떠도는 암석이 지구로 떨어지며 대기와 마찰해 타고 남은 것이 운석이다. 매년 수백 개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다. 별똥별과 운석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당시 어린 나는 그런 질문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늘을 보며 마냥 놀았다.


운석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 7만여 개 중 약 6%만 달과 화성, 베스타 소행성과 관련된다고 밝혀졌다. 운석의 약 80%는 원시 태양계를 구성하는 성분이 보존된 콘드라이트 운석(chondrite)이다. 콘드라이트 운석은 철의 함량이 높으면 ‘H 콘드라이트’, 낮으면 ‘L 콘드라이트’라고 부른다.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에는 행성의 위치는 지금과는 달랐다. 목성을 비롯한 대형 행성들이 태양에 훨씬 가까이 있다가 알 수 없는 힘으로 외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언제,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다만 거대 행성이 태양계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혜성과 소행성, 원시행성에 영향을 주어 달과 지구에 수많은 운석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달에서 가져온 월석(月石)을 토대로 그 시기를 약 39억 년 전쯤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2019년 태양계의 거대 행성 이동이 이보다 훨씬 더 일찍 이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폴로 우주인이 월석을 가져온 달의 분지(Imbrium Basin)가 한 차례의 강한 충격으로 생성된 특이한 지역으로 운석 대충돌 시기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달이 형성되고 수억 년 뒤인 약 39억 년 전쯤 한 차례의 대형 운석 충돌로 생긴 운석을 근거로 이 시기를 거대 행성의 이동으로 운석 충돌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충돌기로 추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에 떨어진 운석 자료들을 총망라해 분석한 결과, 시기가 약 45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는 그 직전에 태양계가 대충돌 기를 겪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컴퓨터 모의실험에서는 약 44억8천만 년 전 쯤 태양계 안쪽의 거대 행성들이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생긴 파편이 지구와 막 형성된 달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의 생명체 기원에 관해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지구의 운석 대충돌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시작된 만큼 일찍 끝났을 것이고, 빠르면 약 44억 년 전쯤 지구가 충분히 안정돼 생명체가 나타났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가장 오래된 운석도 45억 6500만 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69년 호주 빅토리아 주 머치슨에 떨어진 무게 100kg 대형 운석인 머치슨 운석(Muchison meteorite)이다. 


2024년 연구에 의하면 운석 또는 별똥별은 대부분 소행성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상 콘드라이트 운석은 30km 이상 크기의 일반 소행성(ordinary chondrite)이 세 차례에 걸쳐 붕괴하면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운석 대부분은 4000만 년 전 일어난 마살리아 소행성군(Massalia family)의 두 번째 충돌 사건, 760만 년 전 충돌로 형성된 코로니스 소행성군(Koronis family), 580만 년 전의 카린 소행성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살리아 소행성군은 지금까지 알려진 운석 중 37%의 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석의 기원 대부분 세 개의 젊은 소행성군이다. 학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최근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07-6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다. 대부분이 소행성이 몰려있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날아온다. 이곳에서 소행성끼리 충돌해 파편들이 만들어지면 태양계 안쪽으로 흘러드는 암석이 늘어나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도 증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지난 5억 년간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분석한 결과는 다르다. 소행성 벨트에서 파편 군을 만든 70차례의 대형 충돌 중 단 한 차례만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을 늘렸다. 나머지에서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그간의 정설이 도전을 받게 됐다. 대부분의 파편은 소행성 벨트 내에서 머물렀다. 지구에 떨어진 작은 소행성이나 운석은 파편 군을 만든 소행성 벨트 내의 충돌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지구로 유입되는 운석이 소행성 벨트 내 매우 제한적인 곳과만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운석 유입 이론을 뒤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큰 천체의 종류와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


요즘 밤하늘을 관측 촬영하면 별똥별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궤적도 나타나 별똥별인지 알기 어렵다. 또한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빛을 내기도 한다. 밤하늘은 이제 별과 별똥별을 보며 상상력을 자극했던 곳이 아니다. 인류가 쏘아올린 인공물들이 떠다니는 곳이 되었다.


미국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는 2020년에 1천 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여 수만 개의 위성을 갖출 계획이다. 아마존도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해 수천 개의 위성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9년이면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무려 6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만간 우리는 아름다운 별자리 대신 유명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가 연상되는 스타링크 기차를 보며 탄성을 지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네이처』는 2023년 11월 표지모델로 하늘의 별을 실었다. 138억 년 동안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별이다. 지금은 반짝인다고 다 별이 아니다.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것을 보면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다. 2022년 고도 500km로 올려 진 미국의 민간 통신위성 ‘블루워커 3호’의 최대 겉보기 밝기 등급은 0.4이다. 발사 초기에는 북극성과 비슷한 수준인 2등급이었지만 자세를 바꾸면서 더 많은 빛을 반사하면서 등급이 올랐다. 북극성보다 훨씬 밝다. 겉보기 밝기는 0에 가까울수록 더 밝음을 의미한다. 1개 등급의 밝기 차이는 2.5배다. 국제천문연맹은 지구 저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의 겉보기 밝기 등급을 7등급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블루워커 3호의 겉보기 밝기는 기준치의 약 400배에 달한다.


2023년 미국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이 우주관광을 시작했다. 버진 갤럭틱은 우주 관광 상품의 가격을 수억 원으로 정하여 팔고 있다. 먼저 시작한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가격은 16억 원이 넘었다. 1980년대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라는 광고 노랫말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별이나 달을 따서 주겠다는 순수함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도 명품을 주고받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 수억 원 밖(?)에 안 하는 우주관광티켓을 따다주는 일이 생기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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