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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과 내집단에 의한 폭력


오랜 세월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은 광기어린 폭력성을 드러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민족에 대한 편견, 종교적 차이, 이념적 갈등 등으로 전쟁, 테러, 살인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서구유럽과 미국 그리스도교와 중동 이슬람 간의 상호 증오와 전쟁, 민족 간 분쟁, 이념분쟁, 지역분쟁은 오늘날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사회 내에서 지배적인 집단을 내집단(in-group)이라고 한다. 20세기 공산주의는 바람직한 내집단을 계급차원에서 정의했고, 파시즘은 인종차원에서 정의했다. 그리고 둘 다 내집단을 정제한다는 명목으로 외집단으로 분류된 사람들에게 가공할 폭력을 행사했다. 1930년대 소비에트의 집단농장도 그 중 하나이이다. 역사학자 올랜드 피지스(Orlando Figes)는 이렇게 요약했다. “이는 사회주의 홀로코스트이며 농민에 대한 전쟁이었다. 근실한 농가를 수백만 호씩 고향에서 뿌리 뽑아 소비에트연방 전역으로 흩어 놓았다.” 계급 없는 동질적 사회를 구현한다고 강제 노동을 양산했으며, 인민을 대변하겠다며 신성왕권 못지않은 전제통치로 회귀했다.


내집단은 한 국가 내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국가 내 지배집단이 외집단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폭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으니 광주와 제주에서의 학살이 그것이다. 내집단은 남성과 여성에서도 나타난다. 가족, 기업이나 사회집단 내에서 남성이 내집단이 되고 여성을 억압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항한 사람이 한강이다.


『채식주의자』는『채식주의자』(2004),『몽고반점』(2005),『나무 불꽃』(2005) 등 3편의 연작소설을 묶은 작품으로 2016년 부커 상(International Booker Prize)을 수상했다. 육식을 거부한 주인공 영혜가 나무되기에 이르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남성중심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다. 육식으로 상징되는 남성성 위주의 근대성에 대한 비판이다. 폭력성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육식’은 폭력을 의미하며 채식을 통해 폭력을 거부하고자 했다.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의 뺨을 때리면서 탕수육을 입에 넣는 아버지를 묘사한 장면이 그것이다. ‘에코페미니즘’ 관점도 있다. 에코페미니즘이란 에코(eco)와 페미니즘(feminism)을 합친 단어이다. 자연과 여성이 똑같은 억압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에서 여성과 자연을 해방하려는 시도이다. 한강 작가는『채식주의자』의 ‘작가의 말’에서 1999년 작품『내 여자의 열매』에서 출발했다고 밝힌다. 한 여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함께 살던 남자는 그를 화분에 심는 이야기다.『내 여자의 열매』에 있는 식물성이 인간에 내재한 동물성에 대한 폭로이자 저항으로 평가된다.『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이다. 인간이 얼마나 끔찍한 차별과 배제, 폭력과 학살 위에서 입지를 다져왔는지를 보여준다.『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기획된 폭력과 학살이 지속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혐오로 얼룩진 역사와 아집으로 쌓은 정의를 비판한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스웨덴 공영방송(Sveriges Television, SVT)과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주간경향, 2024.10.21. 한강은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이런저런 ‘잡스런’ 논쟁이 많지만 전두환 등은 ‘대역반역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네이처』는 이례적으로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을 조명했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첫 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이다. 한강의 작품에 대한 연구논문의 주제는 채식, 폭력, 몸과 성 정체성, 가부장제 비판 등이다. 한강 작품들의 문학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학술 연구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2015~2017년에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영어 번역본『채식주의자』『소년이 온다』『흰』의 발간 이후 2017년부터 한강의 작품과 관련된 학술 논문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번역이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에 직면하며,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그녀는 몸과 영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에서 혁신가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https://www.nature.com/research-intelligence/Nobel-Prize-in-Literature-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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