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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고 후회할까 하지 말고 후회할까

결혼, 하고 후회할까 하지 말고 후회할까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의 1843년 저서『이것이냐, 저것이냐(Either/Or)』라는 책에 나온다. 인간의 선택과 그에 따른 후회의 불가피성, 결혼과 같은 인생의 중요결정을 둘러싼 딜레마를 말한 것이다. 지금은 흔히 일상잡담이나 술자리에서 쓰는 말이 되었다. 


결혼생활이 쉽지 않은 것은 인간의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은 건강에 좋다. 결혼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건강한 삶을 가져오고, 결혼한 적이 없는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부부 간의 상호신뢰와 격려가 건강한 삶을 생활을 가져온다. 가족, 친구, 이웃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노년층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에 비해 더 건강한 노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남자는 결혼하면 건강하게 늙는 최적의 노화를 누릴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 최적의 노화(optimal aging)는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심한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또는 감정적 상태가 없는 것으로 높은 행복감, 건강한 신체, 그리고 건전한 정신 건강을 가진 것을 말한다. 여자는 결혼여부와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사별이나 이혼을 경험한 여자보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최적의 노화를 더 경험한다. 여자가 더 신중하게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별이나 이별은 큰 충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혼하면 우울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는 많다. 주로 서구의 단일 국가에서 이루어져 연구가 많아 국가마다 차이가 컸고, 나이와 결혼 상태, 사회경제적 상태, 교육 수준 등 다른 요인과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분석되지 않았다.


2024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멕시코, 아일랜드, 중국, 인도네시아 7개국에서 10만 6556명의 자료를 분석해 미혼자와 기혼자의 우울 증상 위험을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평균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보다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79% 높았다. 결혼도 잘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혼이나 별거인 사람은 99%, 사별한 경우는 64% 더 높았기 때문이다. 결혼 후 이혼이나 별거가 최악이었다. 특히 미국, 영국, 아일랜드 같은 서구 국가의 미혼자들은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동양 국가 미혼자들보다 더 높은 우울증 위험을 나타냈다. 또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우울증 위험이 더 컸고, 교육 수준이 높은 미혼자가 교육 수준이 낮은 미혼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더 크다. 한국의 경우는 다른 동양 국가와 비교해 미혼자의 우울증 비율이 남녀, 교육 정도, 소득수준 모든 부분에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하지 않은 한국은 앞으로 우울증이 많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결혼을 하면 상호 간 사회적 지원, 보다 나은 경제적 자원, 복지의 공유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2033-0


2014년에 영화「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개봉되었다. 노부부의 애틋하고 정겨운 여생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산골 노부부의 삶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은 영화로 사별장면까지 가식 없이 보여준다. 노부부가 잔잔하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동화속의 아이들 같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마침내 강을 건너가 버린 남편의 무덤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우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물이 난다(인터뷰365, 2015.1.7.). 76년간 처음 만난 연애하듯 사랑해온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강원도 횡성의 작은 마을에서 함께하는 마지막 1년 4개월의 영화이다. 부부가 나누는 사랑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따른다(한국일보,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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