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는 부모에게 없던 형질이 나타나서 ‘유전되는 현상’이다. 돌연변이는 DNA의 복제나 재조합 과정 중 효소의 실수, 방사선과 화학물질 등에 의해 일어나며 결합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유전자가 세대를 이어서 지속적으로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은 효소에 의한 자체 복구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이 없으면 돌연변이 때문에 생명의 종이 형성될 수 없다. 하지만 거의 완벽한 복제능력에도 불구하고 돌연변이는 나타난다. 돌연변이는 진화와 새로운 생명을 낳는 원동력이다. 생명이 이어지고 진화해 온 것은 복제와 돌연변이 때문이다.
알을 낳는 닭을 생각해보자. 알을 낳는 닭은 언젠가 돌연변이로 진화되어 나타났을 것이다. 그럼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이 질문은 원인과 결과가 순환하는 난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문제는 무한한 연속’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는 ‘모든 생물은 신이 창조했다.’고 믿으므로 닭이 먼저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 과학계는 닭은 닭이 아닌 조상이 존재하므로 달걀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닭으로 진화한 조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 조상이 알을 낳아왔고 점차 진화되어 닭이 출현한 것이다.
2010년 과학자들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에 답을 제시했다. 직접 증거를 찾아냈거나 과거로 돌아가 본 것은 물론 아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증명한 것이다. 달걀 껍데기를 구성하는 데 특별한 단백질(ovocledidin-17, OC-17)이 필요하다. 달걀이 닭의 몸 안에 있어야 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닭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사람들은 ‘긴가 민가’ 논란이 일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2024년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달걀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2017년 하와이 주변 해저 퇴적물에서 발견된 단세포생물(Chromosphaera perkinsii)을 연구했다. 이 단세포생물은 10억 년 이상 전에 분기한 것으로,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이행한 메커니즘의 실마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단세포 생물의 세포가 최대 크기에 이르면 더 성장하지 않고 분열해 다세포동물 초기 배아 발생 단계와 유사한 다세포 군체(colony)를 형성한다. 지구상에 최초의 동물이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다세포의 조정과 분화의 과정이 이미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또 유전자 활성 분석을 통해 이러한 군체는 동물 배아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배아 발생 원리가 동물 출현 이전부터 존재했거나 혹은 단세포 생물(Chromosphaeraperkinsii)이 독립적으로 다세포 발생의 메커니즘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복잡한 다세포 발생을 제어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이미 10억 년 이상 전부터 존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로 추정하면 자연은 닭을 발명하기 훨씬 이전에 달걀을 만드는 유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달걀이 먼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어려운 생물학적 개념으로 설명하였지만 결론만 기억하면 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115-3
그러나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났다면 닭이냐 달걀이냐는 잘못 제기된 질문이다. 닭의 조상이 점차적으로 닭으로 진화되어 왔고 그 알도 진화되어왔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가 아니라 최초 생명이 무엇이냐가 더 적절한 질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