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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거짓말쟁이가 되었으면

스티븐 로(Stephen Law)의 저서『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는 똑똑한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사고를 다룬다.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Harry Frankfurt)에 따르면 헛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이 사실과 부합한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목적 달성’에 맞는 말만 늘어놓는다고 한다. 반면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니라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광신적인 근본주의 신앙인,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 분파적인 정치적 열성분자의 주장 등 우리 주위에 헛소리들은 차고 넘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나 자연과학자도 어처구니없는 믿음을 가진 이가 많으며 자연과학자가 근본주의적인 창조과학자인 경우도 있다. 광신적인 헛소리꾼들은 신 같은 초자연적인 것은 인간의 이성이나 과학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믿음에 대한 이성적 반론을 차단한다. 이런 사람들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이성이나 과학이 모든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오만하고 편협한 사람이라고 겸손하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지적 블랙홀’에 빠진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이 많다. 특히 정치적인 편협함이나 편 가르기에 눈이 먼 사람들은 진실을 왜곡하면서 더 나아가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기면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짓이든지 한다.


‘목적달성’을 위해 가짜뉴스를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거나 분노를 유발시켜 확산시킨다. 가짜 뉴스를 담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분노’를 자극하면 더욱더 퍼져나간다. 이들은 사실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집단 내 소속감을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한다. 가짜 뉴스는 믿을 만한 정보보다 더 분노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고 분노 유발 게시물은 보통 게시물보다 더 잘 퍼지면 읽지도 않고 빈번하게 공유된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자신의 평판이 훼손되더라도 정치적·도덕적 입장을 보이려는 목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l2829


이러한 ‘탈 진실’은 뇌 과학으로 설명된다. 사람마다 사고의 유연성이 아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실을 들으면 즉시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증편향 속에 갇혀있다. 그것은 뇌 안에 이미 ‘내장된’ 성향이다. 환경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면 우리는 기존에 알고 있는 생각이나 지식을 바꾸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잘 바꾸는 사람을 사고방식이 유연하다고 부른다. 과학적으로 이 같은 능력을 ‘인지적 유연성(기억 수정)’이라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뇌 세포에서 일어나는지 2021년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하여 밝혀졌다. 인간이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은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연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해마에 있는 별세포가 여러 시냅스들을 동시에 조절하여 기억을 만들기도 하고 기억을 수정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별 세포의 통합 조절 기능으로 기억 형성 시점부터 수정 가능한 유연한 기억이 만들어진다. 유연한 기억은 과거 기억을 할 때 사용되지 않았던 시냅스의 변화에 의하여 일어난다. 이것이 잘 안 되는 사람은 확증편향 속에 살아간다. 두 사람이 만나면 대화할 수 없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대체로 많다.  특정한 당에 평생 표를 찍고 있다면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전자를 회색분자라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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