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대륙이다. 남극 대부분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평균 두께가 1.5km가 넘는다. 1983년 영하 89.2℃가 기록되기도 했던 추운 지역이다.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여름에 수천 명의 연구자가 연구 기지에서 생활한다. 펭귄과 물개가 살고 식물은 지의류가 산다. 그러나 1억 년 이상 전 남극은 따뜻했다.
2020년 남극 퇴적암에서 발견한 3m 길이의 뿌리 화석을 근거로 만든 고대 기후모델에 의하면 9200만~8300만 년 전 남극이 습지가 많은 온대우림 환경이었다. 호박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지만 그동안 남극에서는 발견되지 않다가 2017년 남극대륙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호박이 형성된 시기는 9천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당시 남극이 따뜻했음을 의미한다. 당시 백악기는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한 시기 가운데 하나였다.
호박(amber)은 나무에서 분비되는 송진 같은 수지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화석처럼 굳어진 것을 말한다. 수지는 나무가 산불이나 곤충 등 외부 위험 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물질이다. 호박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노란색 계통의 색상 때문에 보석으로 취급받아왔다. 또 식물이나 곤충을 온전하게 보존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고생물학에서는 중요한 연구 자료로 쓰인다.
2억5300만 년 전~6600만 년 전 중생대 남극 대륙은 지금보다 적도에 가까웠다. 대륙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움직인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 시기 남극 지층에서는 수많은 동식물의 화석이 발견된다. 중생대의 백악기(1억4550만 년 전~6600만 년 전) 말 남극은 숲이 펼쳐진 시베리아나 캐나다 북부 산림 지대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거친 환경이었지만 생물들이 살았다. 주기적으로 해가 뜨지 않는 긴 겨울과 수시로 분출하는 화산과 산불이 이어졌다. 산불은 오랜 세월 자연계의 순환에 도움을 영향을 줬다. 불탄 자리에 새로운 식물이 자라나고 이를 먹는 초식 동물에게 더 많은 먹이를 제공할 수 있다. 산불은 수억 년 전부터 이런 기능을 해왔다. 고대 산불의 증거는 지구 곳곳의 지층에서 발견된다. 남극 대륙도 예외가 아니다.
바닷물 온도가 이렇게 높아서 그랬는지 당시 남극의 날씨는 지금의 뉴질랜드와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1억4천만년의 지구 역사 기간 중에는 가장 따뜻했던 시기다. 해수면은 지금보다 170m가량 높았다. 아마도 전 지구가 열대성 기후로 아마존 같은 숲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2017년 남극 빙하 인근 해저에 시추공을 박아 뽑아 올린 퇴적물에서 숲 토양층을 발견했다. 이것들은 나무뿌리와 꽃가루, 포자, 현화 식물 잔해임이 확인했다. 약 9천만 년 전 공룡시대의 온대 강우림 흔적이다. 당시 무성했던 나무의 뿌리와 포자, 꽃가루 등이 화석으로 확인된 것이다. 2020년 연구결과 당시에는 습지가 많고 침엽수와 양치식물 등이 빽빽이 들어선 고대 온대 강우림으로 현재의 뉴질랜드 숲과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온은 약 12도로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의 주도 호바트와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평균기온은 19도, 강과 습지의 수온은 20도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기후는 남극 대륙의 식생 밀도가 높고 얼음으로 덮인 곳이 없을 때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남극의 온대 강우림이 신생대 제3기 중반 무렵인 올리고세(3천800만~2천500만 년 전)까지 지속했으며, 일부는 1천만 년 전까지도 남아있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남극이 숲이 우거지다보니 산불도 났다. 남극 반도와 그 북쪽 킹 조지 섬 등에서 백악기 후기인 7500만 년 전의 산불 흔적이 발견되었다. 킹 조지 섬에서는 다양한 겉씨식물의 화석도 발견했다. 화산재와 뜨거운 화산 분출물이 쓸려 내려오는 화산 쇄설류의 흔적도 있었다. 이들 화산재와 분출물이 나무를 순식간에 숯으로 만들고 산불을 일으켰다. 주기적인 화산 분출로 대규모의 산불을 일으켰다.
남극을 여행하고 싶다면 칠레 최남단으로 가야한다. 우리나라의 땅 끝 마을에 해당하는 세상의 끝 마을 엘 핀 덴 문도(El Fin del mundo)로. 이 마을은 남극과 불과(?) 1,000km 떨어진 가까운 곳이라서 남극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이다. 마을 옆 세계 최남단 도시인 우수아이아는 남극 탐험이 시작되는 전초기지다. 그러나 남극대륙은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위험한 여행지이다. 또한 매우 비싸다. 대부분 천만 원이 넘는다. 2024년 봄 남미여행 시 가려고 생각했으나 너무 비싸고 일정이 많지 않아 못 갔다. 남극대륙의 날씨는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요청을 전혀 할 수 없다. 크루즈 여행에서 두 번의 사고가 발생해 종종 사망사고도 발생한다. 남미여행의 꽃은 남미의 끝과 남극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금전적으로도 대가가 크고 위험도 크다. 그래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