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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Dec 22. 2023

제주도와 4륜구동(4WD), 그 필요충분조건에 관하여

나의 사랑, 쏘렌토 4륜구동 하이브리드!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눈이 많이 오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오면 무척 많이 온다. 또한 다른 곳에 비하여 제주도 폭설이 심각한 이유는 이곳이 섬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폭설이 내리면 비행기는 결항되고 뱃길은 끊어진다. 섬 자체가 고립되고 마비된다. 


  오랜만에 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 

  여지없이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겼다.

  제주살이 6년차... 

  웬만한 태풍, 폭우, 폭설 등 제주도의 험한 날씨를 겪어볼 만큼 겪어본 지라 밤새 내리는 눈을 보며 내가 든 생각은 단 한 가지였다.

   '내일 출근길이 힘들겠구나.'

오늘 아침 눈에 덮힌 제주시내

  제주도 겨울에 대하여 꼭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제주도는 제설작업이 잘 되지 않는 곳이다. 서울에 살 때 밤사이 눈이 오면 십중팔구 새벽에 제설차가 와서 서울 대부분의 큰길은 제설작업이 이루어졌다. 골목골목 제설은 어렵지만, 큰 도로 대부분은 제설이 이루어져 느리기는 하지만 운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제주시내 가장 큰 도로도 제설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난 겨울철 눈이 올 때면 항상 이것이 불만이었는데 제주토박이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주도는 그냥 낮에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요."

  눈이 자주 오지 않아 폭설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나와 같은 이주민들이 보기에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겨울을 보내려면 자동차를 살 때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4륜구동 자동차이다. 


  오늘 아침, 제법 쌓인 눈을 보고도 용기 있게 나의 애마 '2륜구동 카니발'을 끌고 주차장을 나왔다가 20m도 가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얼른 내려와. 네 차로 나 데려다 줘."

  2년 전 대한민국에서 파는 모든 자동차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비교해서 결정한 아내의 자동차, 그 이름도 빛나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4륜구동! 아내가 자동차를 살 때 하이브리드와 4륜은 꼭 들어간 자동차를 사고 싶다고 해서 국내외 자동차를 모두 고려해 보고 결정한 자동차였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하차감이 좋은 외제차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내 인생에 외제차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결정한 자동차였다. 모든 물건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질리고 새로운 것을 사고 싶어지기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이 차만큼은 그렇지 않다. 우리 부부 모두 시간이 지날 수록, 타면 탈 수록 이 차가 주는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나 넓은 공간, 좋은 연비, 친환경차라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폭설이 내려 다른 차가 길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아도 씩씩하게 눈길을 홀로 헤쳐나갈 때면 내 자식처럼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오늘도 눈길 출근 대란이 일어난 도로를 헤치고 우리의 쏘렌토 4륜은 아이들을 학교에, 나와 아내를 직장에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 나의 카니발이 주차장을 나와 20m를 전진하지 못해 되돌아온 경사길을 아무렇지 않게 올라갈 때 우리 부부는 여지없이 탄성을 질렀다.

  "우리 이 차 너무 잘 산 것 같지 않아? 다 필요 없어. 제주도에서는 4륜이 짱이야!" 

  육지에 살 때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2륜이니 4륜이니를 크게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간지나는 세단이 최고요, 길 위의 외제차를 볼 때면 '나도 언젠가 저런 차를 몰 거야.'라는 나만의 드림카를 마음 속에 품고는 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살다 보니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드림카? 드림카가 뭐야~~? 4륜차?'

  오늘도 결빙된 도로 위에 멈추어 옴짝달싹 못하는 유명 브랜드의 외제차를 지나치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갔던 것은 절대로 안 비밀이다.

멈추어 버린 자동차들

  제주도에 살아 좋은 점이 참 많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아직 제주도가 좋다)

  그 중 한 가지가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 살 때는

  '남이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디에 사는지'

가 신경 쓰이고 주눅이 들었다면 지금은 남이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디에 사는지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제주도에서는

  '아무리 좋은 차를 타도 결국 같은 해안도로를 달리고

  어떤 옷을 입어도 웬만하면 쿠팡이나 이마트 옷이며

  (제주도는 백화점이 없다.)

  어디에 살아도 어차피 제주도 섬안이다.'

  주눅들 일이 없다.

  결국 진정한 부자는 마음과 시간이 부자인 사람이 아닐까?


  너무도 당연하지만 이토록 심오한 진리를 

  쏘렌토 4륜구동 하이브리드를 타며 깨닫다니, 

  폭설이 내린 험난한 출퇴근길을 안전하게 지켜준 우리 부부의 자동차를 더욱 아끼며 오랫동안 타고 다녀야겠다.


  나의 사랑, 쏘렌토 4륜구동 하이브리드!

나의 애마 카니발과 아내의 애마 쏘렌토, 가끔은 차박 용도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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