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나에게 관종이냐고 했다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공언을 한 것이 작년 3월이니...
1년 하고도 6개월, 참으로 오래 걸렸다.
운동을 하기 전 나의 몸상태는 마른 비만, 이런 몸은 일단 많이 먹고 벌크업을 한 후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다이어트만 하는 사람에 비하여 시간이 배로 걸린다고 했다. 평소에도 먹는 것을 즐기지 않고 입이 짧은 나는 운동보다 먹는 것이 더 힘들었다. 하루 네 끼를 닭가슴살과 쌀밥을 저울로 달아가며 식단을 지켰다. 닭가슴살이 질리면 대충 씹고 물로 넘겨버렸다. 그러는 사이 몸무게는 63kg에서 75kg까지 늘었다. 내 인생에 몸무게 앞자리가 7을 찍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몸무게 75kg을 찍고 다시 다이어트, 직장에서는 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그렇게 다시 몸무게를 60kg까지 뺐다.
헬스장은 2년 동안 일주일에 네 번 이상 하루 3시간씩 꾸준히 다녔고 바디프로필 막판 한 달은 헬스장에서 아침저녁 6시간을 운동했다. pt에 천 만원 가량 쓰고 트레이너가 두 번이나 바뀌면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결국 막판 4개월은 트레이너 없이 혼자 운동했다.
내 인생에 이렇게 힘든 일이 또 있었을까? 몸을 만든다는 것은 운동만 열심히 해서도 안 되고 식단과 규칙적인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가 않다. 죽어라 일주일 운동하고 하루 음주를 하면 다시 몸은 원상태로 돌아온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을 끊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바프 날짜를 잡고 한 달을 독한 마음으로 금주를 하니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결국 운동 최고의 적은 술이었다.
40대가 넘어가면 20~30대에 비하여 근육이 붙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20~30대의 청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2~3개월만에도 바프를 찍는다고 하던데 40대인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직장인인 나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 결국 긴 시간을 두고 하는 꾸준함 밖에는 답이 없었다.
바프 한 달 전부터는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매일 아침 3시간, 저녁 3시간의 운동은 정체되어 있던 몸에 변화를 일으켰고 태닝을 병행하며 운동에 재미를 더했다. 체지방률 8%가 목표였는데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막판 3주는 탄수화물을 끊고 고구마와 닭가슴살, 채소로 버텼다. 하루종일 힘이 없고 피곤했지만 떨어지지 않던 체지방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목표했던 8%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한 자리 수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간신히 성공했다.
바프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무엇보다 시간이 아쉬웠다.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그러면서도
'그냥 찍자. 언제까지 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매일 운동한 뒤 웃통을 벗고 거울에 몸을 비추어 보는 나를 보고 어느날 아들이 말했다.
"아빠 관종이지?"
아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지만 사실 관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바프 사진은 나 혼자 보는 자기만족으로 족하다. 하지만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이기에, 운동을 하며 이루고 싶었던 목표였기에 멈추지 못했다.
바디프로필을 마치면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편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바프를 찍고 마음대로 먹어본 음식은 치킨 한 번과 내가 좋아하는 과일 외에는 없다. 또 하나,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지 않고 직장에서 나오는 급식을 편하게 먹고 있다. 하지만 이것 외에는 나는 아침 저녁 아직도 고구마와 닭가슴살 식단을 하고 있다. 편하게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이 아까워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바프 준비를 하며
'내가 이 짓을 다시 하나 봐라!'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한번 다시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바프를 찍으며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서 더 완벽한 결과물을 얻고 싶은 욕심이 든다. 헬스에 빠진 사람들이 바프를 정기적으로 찍고 대회까지 나가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인 모양이다. 오늘도 헬스장에서 2시간을 운동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만족하는 나 자신을 보며 살며시 웃음이 나왔다.
바디프로필을 찍을 때 사진작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중년의 섹시함을 마음껏 보여주세요!"
이 말을 들으며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이제 정말 중년이구나!'
뭐... 중년이면 어때? 자기만족이 중요한 것이지!
40대 바디프로필 도전,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