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 中 '황금별'
한 해에만 동호회 서너 개를 시작했다. 난 내가 늘 음악에 관한 것만, 그중에서도 밴드를 가장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른 것들에도 관심이 가더라. 우연히 접해보고 재미가 붙었거나, 흥미를 가진 의외의 대상이 많았다. 방탈출 게임, Zumba, 오케스트라, 그리고 성악이었다.
밴드에서는 계속 악기만 연주했는데 어쩌다 보니 보컬도 같이 해야 할 때가 많아졌고, 나중에는 내가 만들었던 곡을 스튜디오에서 내 목소리로 노래해서 녹음하고 음원 작업을 하기도 했다.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랑 노래방에서도 자주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노래'에 흥미가 생겨 발성부터 차근차근 익히려고 실용음악 보컬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가 무슨 까닭인지 아예 성악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악기 연주와 작곡은 좋아하지만, 보컬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자발적인 흥미와 의지로 노래를 연마하려 하는 날도 있다니 신기하다. 사람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듬해에 알게 된 중창 그룹 '포레스텔라'의 노랫소리가, 나의 열정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전 글 참조) 포레스텔라에 막 꽂히기 시작해 노래 영상을 많이 감상해서 그런지, 뮤지컬 곡이나 성악 무대 영상이 연관 추천 콘텐츠에 떴다. 2019년 8월 9일, 뮤지컬 <모차르트!> 삽입곡 '황금별(Gold von den Sternen)'도 이렇게 해서 처음 만났다. JTBC <차이나는 클래스>라는 방송의 '뮤지컬' 편에 나온 라이브 무대를 모은 영상 클립을 보게 되었다. 첫 곡이 바로 소프라노 김소현이 부르는 황금별이었다.
김소현 배우라면, 뮤지컬 '위키드'의 2014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을 보러 가서 처음 알게 된 바로 그 배우이다. 이 날 관람한 회차의 캐스팅이 박혜나(엘파바)-김소현(글린다) 페어었는데, 이 때는 이 두 배우들이 얼마나 굉장한 분들인지, 이 조합으로 보게 된 내가 얼마나 행운인지는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 김소현은 바리톤 손준호와 함께 KBS <불후의 명곡>에 자주 출연하는 성악가 부부로 친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더 관심 가고 반가웠다.
황금별이라는 곡 자체도, 다장조라서 순수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였다. 뮤지컬 곡은 뭔가 항상 좀 어렵고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서 뮤지컬 곡에 대한 거리감이 좁혀졌다.다른 무대에서의 라이브, 그리고 다른 뮤지컬 배우가 부른 영상, 독일어로 된 원곡 등 다양한 버전을 들으며 서로 다른 느낌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zigEB3iqqw
인생은 너에게 배움터, 그 별을 찾아 떠나야만 해
생전 관심 목록에 없던 대상에 흥미가 생기고, 인생 계획이나 예상에 없던 것들을 완성하면서, 삶에는 다양한 형태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정해진 틀과 구조에 갇혀있지 말고, 특이한 걸 해보며 삶을 내가 직접 기획하고 개척하고 싶다는 생각이 구체화되었다. 새로운 곳에 살아보며 나만의 속도와 방향대로 지내기 위해, 얼마 동안이 될지 모르지만 내가 그동안 있던 곳을 떠나 있기로 했다. 다른 나라에 오래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러던 와중에 마침 딱 이 곡을 만난 것이다.
먼 곳으로 떠나기 몇 주 전까지도 성악 수업을 받았다. 그동안의 레슨에서 꽤 많은 곡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뮤지컬 넘버를 연습해봐도 좋겠다'라고 하셔서 떠나기 전 마지막 곡은 바로 황금별로 정했다. 이 노래가, 한 번도 안 가본 대륙으로의 여정을 앞둔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지구 반대편에 드디어 도착하고 정착해서도 이 곡을 계속해서 많이 듣고 많이 불렀다. 그때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듯한 가사에 큰 힘을 얻었다. 인생 2막을 여는 주제가로 딱 맞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