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ella(포레스텔라)「Angel」
2019년에도 어김없이 서울재즈페스티벌(SJF)에 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무대부터 즐기러 갔다. 곡에 녹여낸 애니메이션 얘기를 하며 흥에 찬 모습이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공연 중간에 게스트가 한 명 등장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스테이지 팀명이 '고상지 밴드(feat. 조민규 of 포레스텔라)'라고 되어있었네. 괴기한 분위기의 노랫말을 중얼거리는, 까랑까랑하고 선명한 질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Balada Para un Loco(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라는 곡명에 걸맞게, 소름 끼치도록 광기 넘치는 무대였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목소리와 눈빛과 표정이 워낙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포레스텔라를 알게 된 후 들은 2집 앨범 수록곡인 「Hijo De La Luna(달의 아들)」보다 더욱 광기 가득한 노래였다.)
'조민규'와 '포레스텔라'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포레스텔라는 2017년 '팬텀싱어2'에서 우승한 크로스오버 4중창 그룹이라고 한다. 성악을 배우기 시작할 때, 동료 분들이 한참 얘기하던 바로 그 '팬텀싱어'에 나왔던 아티스트라니! (최근에는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출전하여 펼친 Ed Sheeran(에드 시런) 원곡의 「Shape of you」 커버 무대가 엄청 화제이기도 하다. 특히 베이스 고우림의 '마마시타~' 하는 부분!)
클래식 테너, 클래식 베이스, 뮤지컬 배우, 그리고 화학 연구원 출신의 보컬로 구성되었다는 것도 독특했다. 조민규는 이 그룹의 리더이고, 클래식 테너 중에서는 희귀한 축에 속하는, 가볍고 날렵한 음색을 가진 '레제로 테너'라고 한다. 노랫소리 딱 들었을 때 느낌이 뭔가 신선하더라니, 역시 흔치 않은 음색이었구나.
이후 포레스텔라의 노래를 본격적으로 찾고 들어 보았다. '온주완의 뮤직쇼'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My Eden」이라는 곡을 부른 영상을 클릭하게 되었다. (2018년 3월 방송)
서로를 마주 보며 소리의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하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다. 댓글을 보니, 이 라이브 때 돌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환경에서도 이런 하모니를 펼쳤다는 것에 감탄했다. MR이 두 가지로 재생되어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조민규는 아예 헤드셋 한쪽을 벗고 다른 멤버들을 향해 사인을 주고 지휘하면서 소리를 맞춰갔다. 멤버들끼리 시선을 마주치면서 서로를 붙잡아주고 온 마음 다해 노래하는 명장면이었다.
이 라이브에 크게 감명받고, 다른 노래도 들어보았다. 1집의 다른 수록곡 중 「사랑의 여정」, 「In Un'altra Vita(또 다른 삶에서)」등을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2집 앨범의 「Angel」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Sarah McLachlan(사라 맥라클란)의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일까 했는데 전혀 다른 곡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_JCnseNfbM
성가곡 같이 경건하고 신비로운 소리가 펼쳐졌다.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된다. 포근하고 따뜻한 울림이 닿으니, 내면을 어지럽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통 따위가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라틴어로 노래하는 클라이맥스가 울려 퍼지자, 그 신성하고 아름다운 파동이 몸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전율을 느꼈다. 마치 천사들이 합창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네 사람의 음색 조화도 환상적이었다.
티 없이 청아하고 또렷하게 뻗어나가는 소리(조민규)
구름 위로 날아 올라 극강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소리(강형호)
깊은 바다로 빠져들며 공간감을 확장하는 중후한 소리(고우림)
부드럽고 감미로우면서 호소력 짙은 소리(배두훈)
이러한 4인 4색의 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음향학적으로 어떤 파형의 소리들이 합쳐졌을 때 더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는 이론이 있겠다 싶을 정도로, 네 가지 음색의 하모니가 완벽하다. 현악 4중주의 사람 목소리 버전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까. 실제로 어딘가에서는 멤버들의 음색을 현악 파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민규 제2바이올린, 강형호 제1바이올린, 고우림 콘트라베이스, 배두훈 비올라'라니, 상당히 흥미로운 표현이다.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내는 소리가 참으로 고결하다. 한창 열심히 성악을 배우고 있는 시기에 이들의 노래를 만나서 큰 힘을 얻고 의욕이 높아졌다. 이렇게 멋지게 울리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갈고닦겠다는 동기부여도 많이 받는다.
p.s. 「Sanctus」로 유명한 Libera(리베라 소년합창단)의「Angel」이 원곡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오리지널도 정말 순수하고 깨끗한 소리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