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시마 미카「雪の華(Yuki no Hana) silent ver.」
평소에 딱히 계절이나 날씨를 타며 노래를 골라 듣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눈이 오는 시기에는 차분한 게 생각나서 '中島美嘉(Nakashima Mika / 나카시마 미카)'의 「雪の華(Yuki no Hana / 유키노 하나)」를 꺼낸다. 이 곡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원곡보다는 미니 앨범 『朧月夜~祈り(Oborozukiyo~Inori / 오보로즈키요~이노리)』에 수록된 'silent version'을 특히 애청한다.
2004년 11월 말, 그 해의 첫눈이 내렸다. 3교시 마치고 창가에 반 애들이 몰려있기에 뭐지 하고 가봤더니, 창밖으로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2004년 첫 눈꽃이었다. 마침 mp3 플레이어에 「유키노 하나 (silent version)」이 담겨있었다. '지금 이거 들으면 진짜 딱이겠다!' 하고 설레서 냉큼 이어폰을 꽂으며 재생했다.
그 순간, 나와 이 노래와 눈 오는 하얀 창밖 세상만이 존재했다. 눈과 귀에 펼쳐진 이 풍경과 소리에 온전히 빠져들었다. 이 곡을 정말로 눈 오는 모습을 보며 감상하게 되다니, 마음이 굉장히 벅차올랐다.
먼저 피아노가, 건반과 이어진 해머 두드리는 미세한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가장 높은 음역대에서 등장한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깨끗한 눈밭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느낌이다. 뒤이어 바이올린이 살며시 나타나 점점 선명해진다. 한줄기의 음이 길게 뻗어나가는 것이 마치 붓으로 유유히 선을 긋는 것 같다. 이러한 이미지가 그려지며 그 조화로움에 엄청 감탄하였다.
원곡이 풍성한 스케일의 연주를 통해 애틋함이 점점 고조되는 스탠더드 발라드라면, 이 버전은 규모가 큰 현악단이 아닌, 바이올린 한 대와 피아노 한 대 만으로 연주가 채워져 있다. 절제된 편성으로 더욱 깊고 우아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새하얗고 고요한 풍경 속에서, 몇 가지의 음색만으로 간결하고 정갈하게 채색하는 것 같다. 이 순간의 바깥 풍경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나카시마 미카의 노랫소리는, 가느다란듯하면서도 단단한 힘이 있다. 플루트 질감이 느껴지는 가성과, 현악기의 파동 같은 풍부한 바이브레이션으로 특유의 색깔을 소리 낸다. 이 노랫소리와 바이올린의 서로 완전히 다른 선율이 함께 교차하며 화음을 이룬다. 그 음색이 심금을 울린다.
그리고 반주의 구성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그려져서 신선하다. 짧게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나,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 등 다양한 주법이 배치되어 있다. 새로운 표현이 여기저기 녹아있는 이 편곡이 정말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