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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Jul 06. 2021

광활한 대지에 펼쳐지는 웅장한 하모니

3중창그룹 Kalafina「into the world」



평소 생활 속에서 일본어를 익힐 겸, TV로 NHK WP를 자주 켜 두곤 한다. 이 곡을 처음 듣게 된 그 순간에는, 어떤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의 예고가 나오고 있었다.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의 청아한 화음과 웅장한 울림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고귀한 노랫소리가 굉장히 오랜만이고 반가웠다. 광활한 대지 위로 장엄하게 우뚝 솟아있는 산,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나무,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평원을 바라보는 듯했다.


곧장 SoundCloud를 켜서 음악 검색을 해보니, 'Kalafina'라는 3중창 그룹의 「into the world」라는 곡이다. 일본 음악에 관심이 뜸했던 동안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나오기는 했나 보다. TV 방송 주제가로 타이업 될 정도의 그룹이면 꽤 인지도가 높을 텐데 나는 처음 보는 아티스트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을 만나고, 아름답고 멋진 아티스트를 알게 되어서 반가웠다. '이런 귀한 곡은 더욱 아껴서 꺼내 들어야지' 하며 검색 결과를 잘 저장해 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HiUdr7VtJs


여러 달이 흘러, 오랜만에 이 곡이 생각나서 뮤직비디오를 찾아 다시 감상했다. 스케일 큰 사극의 주제 음악처럼 신비롭고 깊이 있는 프레이즈로 시작한다. 세 가지 색상의 노랫소리가 위아래로 차곡차곡 쌓여 청아하고 웅장한 하모니가 펼쳐진다. '와아, 이게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였지!' 하며, 맑고 우아한 울림에 푹 빠져들었다. 2021년 2분기는 이 곡을 하루 한 번 이상은 감상했을 정도이다. 이 곡의 라이브 영상도 웬만한 건 다 찾아본 것 같다. 무대에서 열창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이 더 크게 밀려왔다. 개성 뚜렷한 세 가지 소리가 완전무결한 배음을 이루며 귓가에 닿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햇살처럼 자애롭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음색의 Wakana

깊이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힘 있고 웅대한 음색의 Keiko

높은 채도와 명도를 가진 선명한 음색의 Hikaru

서로 완전히 다른 색채와 질감의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색채가 되었다.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경건해지는 것이, 마치 한국의 4중창 그룹 Forestella(포레스텔라)의 노래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7UT3fPnHbk

2015 Live "Blue Day" M17「Symphonia」


자연스럽게 다른 곡들도 찾아 듣게 되었다. 천상과 대지의 무한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Symphonia」가 왠지 마음에 들었다. 세 명 중에서 저음역을 담당하는 Keiko의 노랫소리를 특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는데 이 노래가 바로 이 Keiko의 솔로로 시작된다. Keiko의 깊고 진한 음색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KyczF_EFE4&t=1060s

NHK 방송에 출연한 Kalafina. 17분 00초부터, 각 파트의 멜로디를 부른다.


동양풍의 신비감이 풍부한 「Storia」라는 곡도 귀 기울여 들었다. 2015년 6월에 NHK 방송에 출연해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세 성부의 멜로디를 각각 들려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소리들이 합쳐져 그 화려한 울림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Kalafina Live Anthology'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라이브 무대 몇 가지를 모아둔 영상도 있었다. 'Anthology'는 '명곡집'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딱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꼈다. 이 영상을 통해 더욱 다양한 곡을 접하며 Kalafina의 또 다른 면모를 많이 알게 되었다. 여신, 전사, 장군, 제왕... 이런 다양한 분위기를 골고루 풍긴다. 같은 크로스오버 중창단인 포레스텔라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다른 특유의 느낌이 있다. 박력 있는 록 사운드 기반의 곡이 꽤 많다. 어떤 곡은, 들으면서 水樹奈々(Mizuki Nana)의 「ETERNAL BLAZE」라든가, 藍井エイル(Aoi Eir)의 「Ignite」처럼 힘이 넘치고 경쾌한 애니 송이 떠올랐다. 안 그래도 Kalafina의 노래라면 판타지 애니메이션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그룹이 원래는 '공의 경계'라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OST를 위해 프로듀서 '梶浦由記(Kajiura Yuki)'가 꾸린 프로젝트 유닛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천상의 목소리들이 만나 역사에 길이 남을 공명이 탄생한 것이니, 그 인연이 참으로 은혜롭다. 서정적인 신비감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공존하는 이 하모니의 향연 속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빠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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