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돌보기: 어떤 말도 생각도 멈추고
'휴가'보다는 '휴식'이라는 표현에 더 끌린다. '휴가'라고 하면 어딘가로 가거나 특별한 걸 해야 할 것 같은 새로운 스트레스와 압박이 생기는데, '휴식'이라고 하면 뭔가 좀 더 제대로 푹 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별다른 걸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피로까지 싹 푸는 느낌이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휩싸여서 어느 순간에도 내 마음이 현재에 있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 지치고 갑갑하다. 그럴 땐 반대로,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지금 이 순간에만 주의 집중하면 심신이 개운해진다.
영화나 드라마를 평소에 많이 보지 않는 편이었다. 재미난 게 없어서가 아니라, 이런 걸 보고 있는 내내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놀고만 있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이다.
뭔가를 시청하고 감상하는 Input만 하고 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Output을 안 하고 있으면, 소비만 하고 생산은 없는 채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뭔가를 시청하더라도 옆에는 다른 것을 함께 켜놓고 멀티로 작업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에 급급했다. 뭔가를 볼 때는 거기에서 무엇을 꼭 배우고 얻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도 생긴다. 효율성과 열매를 추구하는 것이 생활에서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매 순간 이렇게 살면 뭘 온전히 즐기지도, 쉴 타이밍을 잡지도 못하는 것 같다.
어떤 날은, 밥을 먹고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가졌다. 원래 식사를 하고 나면 뭔가를 바로 또 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 날은 그냥 별다른 걸 안 했다. 온몸을 쉬게 하는 이 시간에, 그동안 미뤄놨던 예능 회차를 한 편 봤다. 의자에 딱 기대어, 다른 어떤 것도 안 하고 그 방송만 봤다.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그냥 가만히 보고 있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에만 몰입하니 비로소 제대로 쉬는 것 같았다. 밥 먹을 땐 밥만 먹고, 영상 볼 땐 영상만 보니 그 순간들을 오롯이 즐기고 있다는 걸 느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hJjqIJooL0
사람은 끊임없이 생각을 만들어내어 정신이 쉴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오늘 당장 해야만 하는 것을 미루고 빈둥대고 있는 건 안 되겠지만, 휴식을 취해야 할 때는 자꾸 뭘 더 하려고 하지 말고, 머릿속의 스위치를 잠깐 끄고 무념무상하는 게 진짜 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