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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Apr 30. 2023

스포츠는 그 어떤 콘서트보다 뜨겁다

불타오르는 열정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순간들

스포츠는 그 어떤 화려한 콘서트보다도 진한 감동을 주곤 한다.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눈빛과 움직임에서 불굴의 의지와 끈기가 느껴진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면 그 감정을 그대로 복사한다.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엄청난 플레이를 해내며 힘차게 포효할 때면 나도 긍정적 에너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그리고 승리를 만끽하며 환호하는 모습에 뜨겁게 벅차오른다.




2022~2023 시즌 1라운드 중 삼척시청(이하 '삼척')과 부산시설공단(이하 '부산')의 경기에서 부산의 플레이가 엄청나게 격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마나 살벌하기에 그럴까? 그 직후의 부산 출전 경기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광주도시공사(이하 '광주')와의 맞대결이었다. 양 팀의 공격과 수비가 모두 팽팽했다. 상대의 벽을 파고들어 중거리슛이나 언더슛까지 골문에 팍팍 쏘아 넣는다. 패시브 사인도 자주 올라오고 공격 흐름이 몇 초 이상 지속되지 못하도록 서로에게 한 치의 틈을 안 준다.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승부 가운데, 광주 박조은 골키퍼의 선방이 압도적이었다. 그야말로 인간 방파제 같았다. 수비벽이 완전히 열린 상태의 노 마크 슈팅도 쳐냈다. 심지어 후반 7분 49초 부산 에이스 이미경 센터백의 7m 드로우마저 막아냈다. 이미경 선수의 슈팅은, 그것도 페널티드로우는, 막아내기 무척 어려울 텐데 그걸 해냈다. 그저 감탄할 따름. 슈퍼세이브를 펼칠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이야아!' 하고 외치는 모습에서 엄청난 활력과 자신감이 전해져 왔다.

사진 출처: SK핸드볼코리아리그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박조은 선수는 16세이브와 방어율 40%라는 높은 기록을 세우며 시즌 첫 홈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인터뷰 자리에 올랐다. 이 정도 실력의 골키퍼라면 MVP급이다.


https://youtube.com/clip/UgkxXAgH1dvqHKJyYKAabmDGSCwPRbkEZprg


코트 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 또한 감명 깊다. 네트를 사이에 두지 않고 서로를 접촉하는 구기종목, 특히 핸드볼의 경우는 몸싸움이 엄청나다. 나중에 보면 유니폼이 다 늘어나 너덜너덜해질 정도이다. 공을 던지려는 선수 한 명에게 상대편 수비자 2~3명이 달라붙어 옷소매를 잡아 뜯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악착같이 공격을 밀어붙이고, 수비벽을 뚫고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꽂은 슈팅이 성공하면 이거야말로 전율이 오른다. 이게 바로 'Breakthrough (BT, 돌파 득점)'이다. 돌파한다는 말이 참 좋다. 극복해 내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낀다.



응원하는 선수들의 팀이 질까봐 심장 떨려서 경기를 차마 못 보던 나는 어디로 가고, 승부에 상관없이 경기 자체에 푹 빠져들며 즐기는 내가 되었다. 이렇게 된 건, 이 경기의 마지막 순간이었던 후반 29분 37초의 'Offense Foul (공격자 반칙)' 장면 덕분이다.


https://youtube.com/clip/UgkxZhj4dBrSMkSe_HlbmP2xfCDXYglOUyV-


경기 마지막 작전타임 이후, 광주에서 더블드리블이 나오면서 공격권이 부산으로 넘어갔다. 이때 패스를 받은 부산 라이트 지은혜 선수가 광주 센터백 강경민 선수와 부딪히면서 공격자 반칙이 나왔다(수비자의 접촉이 없던 상태에서 공격자가 수비자를 넘어뜨리면 공격자 반칙이 되어 공격권이 넘어간다). 앞서 29분 6초 박조은 선수의 슈퍼세이브와 함께 이번 경기 승리를 확실하게 장식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강경민 선수가, 상대편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하고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공격자 반칙을 이끌어낸 것이다.


오펜스 파울을 이끌어내는 짜릿함!

공격자 반칙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걸 유도해 낸 선수들의 순간적인 판단력이 정말 놀라워서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강경민 선수가 몸을 날려 쾅 맞고 넘어지는 와중에도 환희의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벅차오른다.




이렇게 감동의 한 장면을 펼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가면서, 이제는 팀을 따지지 않고 기회만 되면 어느 경기든 열중하며 보게 되었다. 내 마음에 이런 큰 울림을 주는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어느 팀이든 다 멋지고, 누구든지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게 보인다. 물론 국제 경기에서는 우리나라만 응원하겠지! 하지만 그때도 너무 심장 졸이기보다는, 그저 다치지 않기를, 후회 없는 플레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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