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km의 거리를 뛰었다.
12월에는 한 달 동안 258km를 달렸다. 주말을 뺀 매일 10km씩 달린 거리의 양이다. 짧으면 짧은 거리지만 '주 3회 이상 10km씩을 뛰자'라는 나의 결심을 지키기도 했다. 그렇다고 매일 달리기를 한 것은 아니다. 12월은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때문에 주에 하루나 이틀은 쉰 날이 있다. 하지만 영하 15 도인날도 눈이 오거나 약간의 비가 오는 날도 뛰었다.
달리기를 할 때 나는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거리에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것처럼 매일 묵묵히 달리려 한다. 10km를 목표로 잡았으면 그날 컨디션에 맞춰 뛴다. 평소보다 느리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나와의 약속을 지킬뿐이다. 달리기 초보자인지라 잘 뛰어지는 날에는 10Km에 5:00분 페이스, 천천히 뛰는 날에는 5:50초로 뛴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시계도 보지 않고 걷지만 않으려 한다.
당연히 뛰고 싶지 않은 날도 많다. 퇴근 후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한 그런 날 말이다. 나의 경우 정신적으로 피곤한 날은 바쁘거나 일을 많이 한 날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스스로가 못마땅한 날이다. 그런 날은 누구나 '아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바로 자고 싶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럴 때면 '피곤해서 아무 생각 못하게 하자'라는 마음으로 나간다. 즉, 담금질을 한다.
달리기를 뛰면서 태도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오늘의 달리기를 내일로 미루고 싶은 날이 많다. '오늘은 5km만 뛰고 내일 뛸까?'와 같은 생각들 말이다. 하지만 오늘 충실히 달려야 한다. 내일은 비가 많이 오거나 미세먼지 때문에 뛸 수 없을 수 있다. 아니면 갑작스러운 스케줄 때문에 뛸 수 없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내가 목표한 주 3회 달리기는 못 이루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될 때 최대한 열심히 뛰려 한다. 이런 생각은 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꿨다. '내가 내일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최대한 열심히 보내려 한다. 매일 먹는 음식들, 매일 보는 사람들,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 모두 당연한 것은 없다. 내일 당장이라도 없어질 수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하며 감사한다.
그리고 매우 급한 내 성격도 바꾸고 있다. 나는 시작하면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한다. 시간이 필요한 일들도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달리기는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달리기를 뛰면 돌아올 때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걷지 않는다. 10km를 달려갔으면 10km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뛰어와야 한다. 그리고 10km를 뛰고 싶으면 적어도 50분은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꼼수를 부리고 싶어도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원하는 거리를 달성할 수 없다. 한낱 운동도 이렇는데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나 업무가 원한다고 단숨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견뎌내고 부지런히 시간을 쌓아야 한다.
다음 달도 주 3회 이상 10km씩을 뛰려 한다. 부지런히 묵묵히 거리를 쌓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