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2023년 4월에 미국 주식을 투자 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 2024년 2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출근을 했다.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처음 출근했을 때 ideation단계였다. 어느 정도의 일만 진행됐을 뿐 거의 처음부터 진행을 했다. 거기서 내가 맡은 역할은 서비스 기획과 Product management였다. 서비스 정책을 작성하고, 와이어프레임을 제작하고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업무용 노션 구축, 시장조사, 경쟁사 분석, 출시하진 못했지만 GPT를 이용한 주식 뉴스 요약 프롬프트 작성, 노코드 툴을 이용한 서비스 랜딩페이지 제작, 구성원들과의 일정 조율 등등 많은 일을 했다. 소규모 인원이기도 했고,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먼저 나서서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일을 했지만, 회사는 투자를 받지 못했고 나는 지금 백수다. 돌이켜보면 내가 에이전시에서 서비스 기획을 하며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개선하지 못했다. 바로 아이디어와 기술적 문제 해결이다. 에이전시에서 일했을 때 회사 대표님들은 당연히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로 구축되기를 원했다. 그러다 보니 개발을 해야 되는 양은 매우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물론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나 남들은 다 있는 기능을 넣는 것은 좋다.
하지만 거기에는 기술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없는 자료를 만들거나 가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수가 들어간다. 쉬워 보이더라도 기존의 서비스들이 그렇게까지 밖에 못했던 이유들도 있다. 그래서 기획까진 완료했지만, 출시를 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우리 서비스도 같았다. 소수의 인원과 일정에 쫓겨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알아보는 과정보다는 우선 기획을 진행했다. 여기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다시 기획을 개선하는 비효율이 발생했다.
그렇지만 배운 것도 많다.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돌아가는 상황, 여러 가지 소프트 스킬, 마인드셋을 배웠다. 그리고 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업무를 하며 경험도 했다. 내가 회사를 운영하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것도 학습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스피드 있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새로 들어가게 될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장 상황을 보니 백수인 기간이 길어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