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그날은 D의 생일. 아주 작게 작게 속삭이면서 노래도 불러주고, Y가 깜짝 선물을 준비해 와 생일기념촬영까지!
늘상 고3들은 수능이 끝나면 '시원섭섭허탈'의 감정의 연속선이라 무엇을 해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출산한 산모처럼 기쁘고 겁난 묘한 시기. 기존까지는 체홉단편소설과 영화수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고3과는 좀 다른 걸 해 보고 싶었다. 우리 고등부 친구들의 재능이 워낙 출중하니까.
그래서 생각해 본 이봄의 '오디오 드라마!'
각자 대본을 쓰고, 그걸 녹음해서 편집해 짧은 오디오 드라마 한 편을 완성시켜보는 것.
내가 먼저 쓴 대본으로 리딩을 해보는데 오!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지? 목소리 톤도 발음도 감정선이 흐르는 연기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
연습리딩이었는데 너무 잘해서 바로 녹음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두둥! 학교에 12월에 너무 많은 행사가 있어 시간은 흘러흘러 갔다. 각자 대본을 쓸 시간도 없이.
이봄나들 제주도 여행과 이봄감사제를 끝내고, 곧이은 기말고사까지 이어졌는데,. 12월은 그야말로 영혼이 탈탈 털린듯 진짜 바쁜 날들이었다.(이대로 방학을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마무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다시 모인 우리, 녹음을 이제 진짜 해야하는데 J가 병원을 가고, 결국 방학 중 피드백데이 점심시간에 급히 모여 다시 녹음을 시작.
이상아다. 이상해. 연습때는 잘했는데, 막상 진짜 녹음을 하려니 갑자기 목이 메이고, 웃음이 나서 계속 NG. 몇 번에 걸쳐 완성한 파일을 편집왕 D에게 보냈다. 어떻게 음악이 입혀져 오디오 드라마가 완성될까? 약간 설레면서 기다렸는데...
우리끼리만 듣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답고 슬픈 오디오 드라마 '버그'가 드디어 나왔다.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 대안학교의 수업들이 매일 날 설레게 한다.
* 시나리오 '버그'
- 시놉시스
2543년의 지구. '고옹'과 '류', 그리고 '시임'은 오랜 친구다. 시임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옹과 류는 다른 남자를 만나러 나가려는 그녀를 만류한다. 고옹이 시임에게 미쳤다고 말하자, 시임은 화를 내고 상황을 중재하려는 류때문에 시임은 더 흥분한다. 밖으로 나가려는 시임을 막으면서 몸싸움이 일어나 시임이 넘어져 다치게 되고, 고옹과 류는 시임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