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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준 Apr 03. 2021

디저트는 없어도 돼

제 12호. 데이원커피바

♬ Paris Canaille - Zaz


어느덧 수원에 정착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당연스러운 결과로 직장과의 거리는 엄-청나게 멀어졌고, 이로 인해 한 달 버스비는 물론이거니와 몸의 피로는 훨씬 더해져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극에 달하면서, 평일에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최근 집값이 매우 올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크게 와닿는게 없었지만, 정작 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다 보니 "왜 내가 찾는 집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더라. 과연 다음 정권이 폭등한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서론이 조금 길었다. 여하튼 오늘은 숙대 인근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조금 일찍 나왔더니 약속시간 2시간 반 전에 숙대입구역에 도착했다. 꼭 이럴 때는 버스랑 지하철이 빨리 가더라. 다행이도 태블릿을 갖고 나온 덕분에 집에서 못한 일을 마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숙대에서 유명한 카페인 때가이르매를 갈지 찾아본 데이원커피바를 갈지 잠시 고민하다, 결국 커피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 데이원커피바 ]로 향한다.



"앞으로는 좀 생각하세요!"ㅋㅋㅋㅋㅋ



숙대의 반대방향에 위치해있어 카페로 향하는 길이 꽤 낯설게만 느껴졌다. 골목에는 몇 안되는 음식점이 있었고, 그중 여럿은 불도 꺼져 있는 상태였다. 약간 과장을 더하자면 지나다니는 차가 더 많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히려 잘됐다. 혼자 조용히 카페를 가는 것도 좋지. 숨겨진 카페를 찾아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매장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좁지도 않았다. 1층의 통창 앞에 잠시 쉬다 갈 수 있는 간이테이블과 좌석이 눈에 띈다. 바 좌측으로는 원목수납장에 꽃과 책들이 각기 다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미니멀리즘과 맥시머니즘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인테리어였다. 2층은 넓은 책 진열대를 벽 전면에 배치하여 1층보다 더 정돈된 느낌을 준다. 테이블, 의자, 스툴, 옷걸이, 심지어는 스피커까지 원목 소재를 활용하면서 개인 카페에서만 느껴지는 안락함이 느껴졌다. 황색의 레일등과 컨셉등도 이러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 한몫했다.


나오기 전에 집에서 먹은 거라곤 어제 먹다 남은 치킨 4조각이 전부였기 때문에, 커피를 주문하면서 동시에 같이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디저트라고는 고작 쿠키 하나 뿐이었다. 요즘에 디저트를 안파는 카페가 있어? 그리고는 다시 든 생각.


'와 여기는 커피에 정말 자신이 있나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3,000



"스트로우 필요하신가요?"

"아뇨. 괜찮아요!"


일회용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나의 최소한의 실천이다. 요즘은 포장을 해가더라도 스트로우는 챙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카페특히 홀더 대신 컵 두 개를 겹쳐서 사용하는 곳를 가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가만. 근데 컵 두 개를 겹쳐서 주는 곳은 겉에 있는 컵을 재사용하는 건가? 흐음. 그건 조금 곤란한데. 그래서 그런 카페를 가면 겉에 있는 컵은 꼭 빼서 집으로 들고오게 되더라.


커피를 받아들고는 2층의 계단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2층 창문을 모두 열어놓았는데, 자연적인 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와 기분이 꽤나 좋았다. 이런 기분이 몸을 감싸올때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잠에 들고만 싶다. 폴딩형 창문 앞에 하늘을 볼 수 있는 좌석을 따로 마련해두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맥시멈한데 미니멀해.  묘해.



커피는 전체적으로 텁텁하지 않고 가벼웠고, 끝맛은 묘하게 달게 느껴졌다.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것 이상의 맛이었다. 얼음과 커피 양의 밸런스도 꽤나 좋아서, 시간이 흘러도 맛의 변형은 거의 없었다. 이게 고작 3,000원이라고? 일부 테이크아웃전문점을 제외하고는 도통 볼 수가 없는 가격인데.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 가격이 4,000원대 라는 사실에 많이 놀라곤 했는데. 오히려 요즘에는 개인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들이 더 비싼 경우평창동 어느 카페에선 커피 한 잔에 12,000원이다가 많다. 어쩌면 공간에 머무르는 대여료를 지불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메리카노가 5,000원이 넘어가면 망설이게 되더라. 필터커피도 아니고!



화장실은. 되돌려놓는다. 휴일을.

그렇지. 주말에 탈나면 휴일 반납하는거지. 응?



카페란 공간은 참 묘하다.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이 안돼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대체 왜 카페에서 일을 하면 더 집중이 잘될까?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왜 카페에서 집중이 더 잘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클립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몇몇의 이야기들은 공감이 갔지만, 내가 생각할 때 카페에서 더 집중이 잘 되는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집에 있으면 할일'테이블이 좀 지저분한데?', '빨래는 돌렸나?', '커피나 한 잔 타올까?' 등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수험생에게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재밌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내 경험을 기반으로 한 '나 한정 이야기'일 수 있으니 흘려만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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