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야말로 가장 나쁜 종류의 폭력이다".
- 마하트마 간디-
창녕의 일출은 참 단아 했다. 요란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단정하게 일어서는 새색시 같은 일출이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 어르신 들은 차가운 겨울 아침의 공기 따위는 살 얼음이 낀 막걸리 한잔으로 떨쳐 내셨다.
" 아버지 이제 그만 내려가시죠 날이 많이 차가워요 감기 걸리시겠어요"
" 니 왔나 잠은 좀 잤나? 안 그래도 인자 막 내리 갈라 했다"
" 인제 고마 내려갑시다 행님"
"그래 내리 가자 "
슬픔은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의 유쾌한 목소리와 어르신들의 호탕하신 추임새가 섞여
'죽음'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잊히고 있는 듯했다.
혹시나 추우실까 봐 차에 시동을 걸어 놓았는데 잘한 것 같았다.
상갓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르신들이 난데없는 칭찬을 쏟아 내셨다.
" 형님요 어째 이리 살가운 아들 내미 랑 사는교?"
" 야가 알라때 보고 지금 보니 야도 나이가 애법 묵었는가 보네요"
" 야가 나이가 50이다 벌 시로 그라이 내가 갈날이 얼마 안 남은 게 아이겠나"
" 올해는 조상님이 돌봐 주셔야 될 텐데 나는 마 아들 내미 하나 있는 거 못해 준 게
많아서 그기 제일 맘이 아프고
나는 마 아무것도 물려줄 게 없어서 평생 죄인처럼 산다 아이가"
평생 죄인처럼 살고 계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당신께서 죄인이시면, 당신의 아내와 당신의 아들은 그 굴곡진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계신다는 말씀 이신지요. 정녕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신지요'
상갓집을 향하는 차 안의 공기는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따뜻한 어르신들의 칭찬과 아버지의 고해성사 같은 면죄부를 듣고 있는 내 마음은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이슬이 맺히듯 알 수 없는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채 10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이동 거리가 내겐 기나긴 과거의 터널을 지나는
어두운 밤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