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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Feb 14. 2024

사람과 조직을 이끄는 힘

죄책감과 중시감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변리사로서 상담을 위해서 만나기도 하지만, 사람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모임에 많이 참여한다. 한일고 동문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동문회, 동문회 집행부인 간사모임, 한일고 IT소모임, 한일고 자동차 연구회, 대한변리사회 대의원회, 변리사 기수회장단 모임, KITIA Cross-Border M&A모임, 벤처캐피탈리스트 실무교육 동기모임 등 뿐만 아니라, 정치인/언론인/개발자/디자이너들의 모임 등 많은 모임에 참여한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경험들을 듣다보면, 정말 배우는게 많다. 그러다보면, 영업이 되기도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영업을 위해서 모임에 나가는것은 아니다. 이제 곧 나도 만 43세가 되기 때문에, 30대에 그러했듯 '나의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많이 만나기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이면 '좋은 사람들과 많이 웃다가' 가고 싶은게 나의 소망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의 특허법인 BLT의 변리사들, 지식재산연구원들, 운영본부 식구들은 매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작년에 '조직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BLT의 방식으로 우리의 주고객인 혁신가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하는 젊은 변리사 그룹이 늘어났고, 그들과의 경쟁이 본격화 되었다. BLT에 다니다가 특허사무소를 창업한 변리사들과도 경쟁해야했다. 어떤 경우는 우리가 애써 육성한(?) 변리사나 지식재산연구원들을 빼가기도하고,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을 빼가기도 했다. 월급루팡으로 진화한 구성원들도 제법 늘어나서, 재무구조도 제법 취약해질 뻔했다. 2023년 6월경 55명에 이르렀던 조직 구성원은 3달만에 45으로 급락했고, 조직의 분위기는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패배감이 조직을 휘감았고, 과연 이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을 하기까지도 했다. 내가 공동창업한 회사지만, 회사에 가기가 싫었다. 다행이도, 조직운영 경험이 많은 고문님들의 도움과 BLT를 오랫동안 함깨해준 경험많은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회사는 추가적인 인원이탈을 막고 조직정비를 순탄하게 할 수 있었다. 고객들의 신뢰는 회복되었으며, 퇴사했던 직원들도 하나둘 돌아와 주었다. 좋은 인재들이 많이 합류해주었고(오히려, 좋아!), 고객들의 만족도도 올라갔으며, 업무도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반기에는 시리즈A 또는 시리즈B 이상의 투자를 받은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연간 매출도 2022년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서초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고, 이제는 회사에 출근하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지기도 한다. 정말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열심히 함께해준 감사한 BLT 구성원들 덕분이다. 10명이 넘는 초기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조직운영의 난관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결국 '조직의 어려움'은 '조직 구성원들의 힘'으로 극복할 수 밖에 없다.



죄책감과 중시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훌륭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들을 만난다. 조직의 대표이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훌륭한 팀장과 그렇지 못한 팀장들이 존재한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팔로워였던 그들은 이제 작은 조직이라도 리더가 되어간다. 그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본능적으로 와닿았다. 어떤 사람은 부하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 "너의 판단미스로 인해서 이번 프로젝트가 망했다.", "당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 회사의 매출 몇천이 날아갔다.", "내일까지 못하면 사표낼 준비해라."와 같은 말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대사들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이러한 대사들이 난무한다. 그러한 말들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며,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자괴감과 함께 조직에 대한 미안함을 갖는다.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한 손해를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KPI를 맞추기 위해서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고, 영업실적을 맞추기 위하여 밤에 하기싫은 술접대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죄책감'은 부하들을 움직이게 한다. 비난은 분위기를 냉각시키지만, 팀원들을 긴장하게 만들어서 '어쨌든' 실적을 만들어낸다. 퇴사자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조직에 버티는 사람들이나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합류하여 해결한다.


한편, 훌륭한 리더들은 위와 같은 '죄책감 전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팀원들을 육성한다. "이번 입찰은 아쉽게 낙방했지만, 제안서 정말 좋았어. 재탕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한 번 찾아보자."라던지, "발표 정말 잘하던데?", "이번 기획 진짜 좋았어. 특히 이런이런 부분은 나는 생각 못했던건데, 그뤠잇했어!"라는 등의 칭찬을 먼저한다. 이러한 말을 들은 부하들은 '아, 팀장이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는구나!'하는 '중시감'을 느끼게 된다. 듣는 상대로 하여금 '나는 당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것을 '중시감'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중시감'을 받은 부하직원들은 스스로 생각을 하게되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힘을 갖게되는 것이다. 성장하는 부하가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익숙해지고, 자기 밑의 사람을 키우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어느새 자신의 팀을 리딩할 수 있게 성장하면, 예전에 그를 키운 팀장은 본부장이 되어있다. 본부장은 실무에서 더 멀어지고,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확보된 시간을 골프가 아닌 독서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교류에 사용하는 본부장은 스스로 더욱 성장하게 되고, 조직 전체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결국 '중시감'은 구성원을 성장시키며, 리더의 시간을 세이브시켜준다. 결국 '중시감'은 '죄책감'과 더불어 사람과 조직을 이끄는 근원적 힘이지만, 퇴사로 이어질 위험이 큰 단기적 성과달성 전술인 '죄책감 전술'보다는 더 유효하고 장기적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와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누구 때문에"나 "무엇무엇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명확히 단어를 구별해서 사용해야한다. '때문에'는 '죄책감 전술'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원인을 원망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때문에'를 써야할 경우들이 당연히 있지만, '덕분에'를 사용해도 되는 상황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덕분에'는 '중시감 전술'에서 사용되는 긍정적 단어이다. "이충식 기자님 덕분에 우리 회사가 세상에 많이 알려졌어요! 감사해요!", "김대리 덕분에 이번 입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어. 고마워!"라던지 하는 문장을 보자.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아, 저사람이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 다음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준비하게 될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BLT에서도 입사초반에 많은 실수를 했던 사원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잘 성장하여 팀장이 되어있다. 그것도 우리 회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 '제안'을 하는 팀의 팀장이다. 그 친구는 5년 넘게 다니고 있고, 초기의 주늑든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회사를 위한 사업제안을 많이해주고 있다. 팀원도 잘 챙기고, 자기의 노하우를 열심히 전수해주고 있다. 나는 그 친구 '덕분에' 정부사업 입찰과정에 대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본부장이 되었다. '덕분에'라는 말을 늘리고, '때문에'라는 말을 줄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일은 사람이 하는것이다. 우리는 이 말에 모두들 동의하지만, 구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죄책감'을 심어주면, 상대방이 움직이니까, 습관적으로 죄책감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언니가 동생에게, 팀장이 팀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본인이 원하는것을 얻어가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하지만, 그러한 전술로 짧은 시간안에 성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관계의 텐션이 금방 끊어질 수 있다. '중시감'을 심어주자. 실제로 상대방의 장점을 발굴해서 키워주고, 단점을 기분나쁘지 않게 잘 이야기해서 스스로 깨닫게 해주자. 쉬운일은 아니지만, 스타트업 대표든, 대기업 팀장이든지, 정당의 지역위원회 위원장이든지, 창업지원조직의 센터장이든지,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겪는 '조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훌륭한 리더들이 이끄는 훌륭한 조직들이 모여서 훌륭한 사회를 만든다.


당신의 오늘이 '죄책감'보다는 '중시감', '때문에' 보다는 '덕분에'가 넘치는 하루가 되길 기원한다.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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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43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유철현 변리사와 함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인 ‘특허법인 BLT’를 창업하였습니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정한 변리사                                  : www.UHM.kr

엄정한의 생각마루 / facebook  : www.FB.com/thinkuhm


#사람 #조직 #죄책감 #중시감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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