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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young Apr 11. 2022

두 아들과 엄마의 일기3

2020년 4월 3일(금)~12(일)


2020-04-03(금)


엄마

집 근처에 워크쓰루 검사소가 차려진다는 말에 어제 저녁부터 아파트 단지가 시끄럽다.

검사를 마친 잠재적 확진자들이 단지 앞 상가며, 지하철역 등을 돌아다닐 텐데 주민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냐며

당장 서울시, 송파구청, 청와대에까지 청원을 넣겠다고 야단이었다.

‘왜 하필 평소에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여기에?’

‘그렇지만 여기가 어디면 또 어디?’ 생각이 왔다갔다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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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4(토)


동생

‘헝거게임’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엄마

벚꽃 비가 하얗게 내리는 길을 나는 걸어서, 둘째는 킥보드를 타고서, 첫째와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서 달리자

꽤 많은 것들이 저절로 괜찮아졌다. 자꾸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집 밥 피곤도, 아침부터 게임과 유튜브에 빠졌던 세 남자의 뒤통수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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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5(일)


동생

오늘은 책을 많이 읽고 숙제도 모두 했다. 그래서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빠와 게임도 했다.


엄마와 아빠가 싸웠다. 마치 우리처럼. 엄마는 나 같고 아빠는 동생 같다.

엄마는 나처럼 무언가를 바라면서 싸우고 아빠는 동생(쬐그만게 덤빈다.)처럼 강하게 맞받아치며 싸운다.

다행히 화해한 것 같았지만 언제 또 이렇게 터질지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엄마가 시키는 커피도 바로바로 사와야겠다.


엄마

머리도 안 감고, 세수도 안 했는데 커피는 마시고 싶길래 심부름을 좀 시킬랬더니 두 녀석 다 모른 척.

나중에 여자친구한테 번개처럼 사다 나르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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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월)


오늘은 유난히 힘들었다. 아침에 너무 졸려서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라이브 강의를 듣는 것도

많이 힘든 일 같다.


엄마

몸무게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확찐자’라는 시대적 비극이 반영된 우스개 소리로 넘겨야 하는가 아니 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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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7(화)

엄마

둘째와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친구의 엄마를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10분 동안 학원 정보, 요즘 온라인 수업, 아이 성향, 미드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교류하고 또 빠르게 민첩하게 서로의 일터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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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8(수)


동생

오늘은 참 컨디션이 안 좋다. (그래도 헝거 게임은 끝내준다)


엄마

따릉이를 끌고 35도 경사를 오를 때는 마치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다가

내리막을 달릴 때는 날개라도 돋친 것처럼 신나고 가벼웠다.

따릉이를 반납할 마땅한 지점을 찾지 못해서 마지 못해 넘은 언덕길이었지만

오늘 아침의 따릉이 출근은 인생의 단순한 진리를 또 한번 알려주었다.

No Pain, No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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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9(목)

엄마

연차지만 평소처럼 일어났다. EBS 방송 듣는 아이들 구경, 점심으로 냉면 외식, 후식으로 흑당밀크티와 라떼, 중간 중간 걸려오는 업무 전화 응대… 오랜만의 연차가 훅-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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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1(토)

우리 학교에서 제일 키 큰 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운동도 하고 너무 좋았다.


동생

키 큰 형 친구를 만나서 함께 놀았다. 놀고 있는 중간에 내 친구를 만나서 함께 놀고 싶었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친구랑 자주 놀지……



2020-04-12(일)


동생

아빠랑 형이랑 축구공에 바람도 넣고 축구도 했다. 다리가 다쳐서 좀 힘들었지만..


아빠와 축구를 하다 발톱에 발가락이 긁혀 다쳤다.


엄마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까페의 커피 맛이 달라졌다.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변했다. 내 행복의 상당 부분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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