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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Dec 12. 2023

취미에도 면접이 있다


많은 회사들이 모여있는 카페 주변에는

1대 1 또는 1대 다수의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고는 한다.


방금 구매한 듯한 깔끔한 정장과 조금은 어지럽혀진 공책들.


그들은 예상치 못한 면접관의 돌발 질문을 알맞게 답변하기 위해

종이에는 나올 수 있는 예상 답변들을 공책에 빼곡히 적어둔다.


보는 나 조차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남의 돈을 받는 것은 쉽지가 않다'라는 어른들의 말은

이런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 아닐까?



취미는 면접이 없다


취미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면접이라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다.


취미를 선택하는 것은 1차부터 3차까지 


피 말리는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내가 온전히 선택한 것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행동에 대한 보상 또한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면접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잡아두었다


왜 취미는 면접이 없는 것일까?


사실 나는 취미에도 면접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면접이라는 것은 타인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신을 시험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자신을 평가하는 면접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조금 더 예시를 들어보기로 한다.


나는 이것이 경쟁률이 높은 대학교와 졸업이 어려운 대학교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일은 전자와 비슷하고 취미는 후자와 같다.


우리는 취미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단순히 흥미 위주의 선택을 진행한다. 


1.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고 

2.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며 

3. 취미를 통해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등 그 경우는 다양하다




이러한 선택의 원인은 광고의 영향이 클 것이다.


특정한 광고를 통해 광고에 나오는 서비스 또는 상품을 경험하면 나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 얘기하며 정말 쉽게 돈이나 목표를 도달할 수 있고 이것을 경험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추진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러한 경험들은 힘들여하지 않더라도 인생에 큰 리스크가 찾아오지 않는다.


남들이 다 먹는 '탕후루'와 '마라탕'을 먹지 않아도 소통을 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으며 중적으로 유명한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일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듯 많은 경험들은 갑자기 내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막상 취미를 경험하고 왔을 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으로 인해 첫 번째 면접이 진행된다.


취미에 통달한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


"OO 님 사실 이 취미는 생각보다 노력이 필요하고 손재주가 요구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이러한 압박적인 상황에서도 이것은 일이 아니기에 나는 가장 솔직한 답변을 할 수가 있다.




나도 이내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한 취미들이 몇 있다.


기타를 치는 것이 그중 하나였다. '지미 헨드릭스'나 '존 메이어'의 공연 영상을 보다 보니, 기타의 영혼에 사로잡혔다. 방구석이나 작업실 아무 곳에 앉아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공책에 가사를 적는 모습.. 나는 그 모습에 반해 취미로 기타를 치는 친구에게 간단한 코드 파지법을 배웠다. 웬만한 곡은 코드 3 개로 다 연주가 가능하다고 얘기를 해주며 친구를 따라 처음 코드를 집게 되었을 때 땡땡한 줄이 내 새끼손가락에 닿자마자 "아악!" 소리를 질렀다. 내 말랑말랑한 손가락에 단단한 무언가가 움푹 파여 들어가는 그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이내 기타를 치는 것을 포기했다. 내가 이 기타에 흥미를 느끼기에는 그 고통을 감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뿐일까? 사실 웬만한 취미들이 특정한 무언가에 집중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퍼즐을 맞추기 위해 시력을 움직이거나 


상대방과 테니스를 치기 위해 체력을 키우거나 춤을 추기 위해 안무를 연습하고 기억하는 등


집중을 요구하고 신체를 증진시키는 것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고통들이 추가로 주입된다면 1차 면접은 광탈하고 만다.


그런 고통을 감내하고 난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이 행동을 할 수 있는지 2차 면접을 진행한다.



2차 면접


나는 취미의 '2차 면접'이 순간적인 흥미인지 지속적인 흥미인지를 판별하는 요소라 생각한다.


신입사원과 같은 처지에서 필요한 프로젝트를 부탁받는다. 그 부탁은 꾸준함과 관련된 것인데, 처음에는 무엇이든 배울 수 있고 그것에 대한 반응과 성취감에 흥미를 느끼지만 이 행복함이 익숙해지면 내가 이 취미를 계속할 수 있을지 시험을 받는다.


'맨날 이 게임만 해서 그런가 재미가 없네..'


그래도 나는 이 상황을 좋아한다. 지루해진 취미에 퇴사를 결정해도 해당 취미를 오래 한 사람들이 "이거 그만두면 다른 것도 길게 못해요"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차 면접을 통과하는 방법은 


꾸준히 재미있을 방법을 찾고,
안정감을 느끼며 몸의 기록을 축적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취미의 장기화


취미의 기간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그 취미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 또한 단단해지게 되며 나는 그러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나는 이러한 '취미 면접'이 특정한 회사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1차나 2차 면접을 떨어졌어도 언제든 그 취미를 다시 시도를 할 수 있고 그 기간을 선택하는 것 또한 오로지 나에게 존재하니 말이다. 고로 취미에 대한 면접의 기회를 갖는 것은 나에게 솔직한 질문을 어필하고 내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한 솔직한 과정의 연속이다.




3차 면접은 진행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3차 면접의 과정은 자신의 취미의 기록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다. 타인과 자신의 취미를 공유하며 취미의 깊이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며, 이러한 형태에 도달한 사람들을 우리는 전문적이고 마니악한 사람이라 일컫기도 한다.


당신은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를 물어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기를 희망하고 있는가?


하지만 괜찮다.


이 면접은 언제든 진행할 수 있고 학력이나 능력 그리고 경력을 보지 않는 자유로운의 면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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