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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Mar 02. 2024

내가 가질 수 없는 향

후각 상실을 극복하는법


후각은  감각의 영향을 극대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감각이 아닐까 싶다.


그전 에피소드에서 향수에 대해 얘기를 하며

우리가 특정한 삶을 살아올수록


그 경험들이 축적되고 축적되며

내가 가질 수 있는 향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후 와인과 커피에 대한 내용도 집필하며

추가로 다뤄볼 얘기를 고민하다가


내가 가질 수 있는 향이 아닌

내가 가질 수 없는 향에 대한

여정을 얘기해보려 한다.


우선 내가 가질 수 있는 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향수의 경우에도 내가 잠시 빌릴 수 있는

향기임이 분명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흐르는 후각 얘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겪는 모든 상황에도

향기와 냄새는 존재한다.


프롤로그│ 향기의 공통분모



지하철을 타기 전에 잠깐 나를 유혹해 오는

달달한 델리만쥬의 향.


그리고 나를 가끔 괴롭히기도 하는

흡연자의 담배 연기,


밖으로 내놓아진 쓰레기봉투,

지하철 만석으로 이루어진 답답한 공기.


물론 좋은 향의 기억 또한 있을 것이다.



아침에만 맡을 수 있는 차갑고 상쾌한 공기.


카페에서 커피를 내릴 때

은은하게 퍼지는 원두의 향.


계절이 바뀌며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꽃들과 풀들의 향


대부분 사람은 하루를 기점으로

장소를 옮겨 가며 다양한 향을 맡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후각은 공통적인 냄새를 맡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내가 가질 수 없는 향이 있다.


바질과 고수 그리고 깻잎과 같은 것 말이다.

갑작스러운 얘기에 무엇인가 싶겠지만

요점은 이렇다.


이 세 가지는 식물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반대로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또 다른 공통점 또한 존재한다.


물론 깻잎은 향을 낸다는 느낌보다는

식사하면서 고기만 먹으면 미안한 마음에

야채를 같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추와 같은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향신료들은

집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뿐더러

향에 대한 호불호가 강력하게 있는 사람들이 많다.


- 고수 난 그거 먹으려고 해도 써서 비려서 못 먹겠더라

- 깻잎에서 나는 향이 쌔서 음식의 향을 못 느끼겠어


이 얘기가 고수와 깻잎을 먹어야 한다는

화자의 일반적인 주장은 아니다.


단순히 우리가 다양한 향신료와

후각을 맡아봐야 한다는 얘기인데

좀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자.


우선 똑같은 일상에 있는 후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추천해보려 한다.


 본편음식에 들어있는 향


음식에 들어있는 향은 선택적으로 찾아온다.

같은 쌀국수 음식을 시켜도 누군가를 고수를 찾고

누군가는 고수를 빼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음식을 먹는 것에 있어 우리는 향을 선택한다.


하지만 향신료라는 것이 우리가 해외를 가며

그 나라의 음식이 내 입맛에 맞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체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를 좀 더 새로운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기회라 볼 수 있다.


홍대 정돈

정돈’이라는 돈가스 집을 간 적이 있다.


정갈하게 튀겨진 안심카츠가 나오며 군침을 흘리고 있던 그때

소스로 찍어 먹을 수 있는 두 가지의 소금과 와사비를 주셨는데

그날 먹었던 소금의 맛이 잊히지 않았다.


트러플을 일부 사용한 소금.


트러플이 비싸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정확하게 무슨 맛인지는 몰랐다.


국밥을 좋아한다 그것도 부추 가득


매번 일하며 저녁을 먹으려고 할 때도

국밥 아니면 돈가스 아니면 제육볶음을 고르던

선택을 최소화하고 일하던 나였기에


트러플의 향을 모른 채로 그 맛을 확인해 보았다.


“이 돈가스 뭔가 꿉꿉한 맛이 나는데 맛있어..!”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꿉꿉한 맛이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 먹는 맛이라 같이 먹고 있던 상대방에게 연거푸 얘기하며

이 맛이 어떻게 이뤄지는 상황인지 몰랐다.


결국에는 히레카츠를 다 맛보고

소금을 찍고 난 후에야

그것이 트러플 향임을 알게 되었다.


고급 식자재의 향을 꿉꿉하다는

느낌으로 표현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고급스러운 표현은 아니었다.


물론 반대로 누군가는 트러플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하겠지만


꼭 트러플이 아니어도

음식의 향신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경험들이 필요하다면

한 번쯤은 새로운 향신료를

맛보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본편 │ 향으로 먹고 사는 가게

러쉬 매장 홍대점


러쉬의 향은 특별하다.


백화점에서 러쉬 가게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내가 그 가게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스밤의 향이 강하게 내 코를 찌른다.


외향적인 직원들이 많다고 소문난 이곳에서

조금은 용기를 내어 가게를 들어갔던 적이 있다.


강한 향들은 복합적인 러쉬의 향이 뭉쳐져서 나타나는 것이었고

직접 냄새를 맡아보았을 때는 무척 호기심을 불러오는 냄새였다.


강한 비누의 향 같으면서도 어떤 향은 강한 사과 향을

또 다른 향은 시큼한 레몬 향을 풍기기도 했다.


그렇게 물건을 살피고 가게를 나오게 되었을 때

묻어있는 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손을 씻어도

러쉬의 손 세정제 제품이 내 후각을 자극했다.


나에게 있어 러쉬는 그런 가게였다.


이 두 가지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나는 음식을 먹을 때 조금은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가는 익숙한 길을 벗어나

조금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익숙한 길을 걷다 보면 목적지와는 가까워지지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얻는 경우는 줄어든다.


특히나 요즘은 일상에서 유행을 따라가는 가게들이 많아

영감을 얻기 위한 그 경우의 수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출퇴근길을 걷는 것이 좋다.

예상하지 못한 가게가 생긴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 가게가 주는 향이 내가 가질 수 없는 향일 가능성이 높기에


가끔은 내가 아닌 외부에서 맡을 수 있는 향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코로나의 후유증으로 상실되었던

후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걸렸던 시간은 짧았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후각이라는 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지만

그만큼 상실되기도 쉬운 세상 속에 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만약 후각이 예전과 같지 않다면

좌절하지 않고 조금씩

다른 향들을 맡아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어쩌면 가장 빠른 회복은 낯선 장소에서 조금은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경험이 아닐까?


아직은 내게 어려운 고기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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