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에 대한 취미를 살펴보고 난 이후 다음으로 다뤄 볼 오감을 생각했다. 우리가 외향적인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까워졌을 때 풍기는 분위기가 아닐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성품들은 외향적인 깔끔함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가 지닌 향 또한 있을 것이다.
청렴하게 생활을 하고 있는 올바른 사람에게서는 좋은 향이, 미뤄두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직장 상사가 담배를 태운 후 양치질과 가글을 통해 그 향을 애써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그 향이 옷 속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향기에서 냄새로 바뀌는 것은 사소한 차이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화자의 얘기를 꺼내고 싶다. 현재 후각에 대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의 여파는 코로나 후유증 때문이다.
2년 전 코로나에 대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주기적으로 코로나 선제검사와 백신을 맞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결국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다.
대부분 걸리는 상황인지라 나도 별 탈없이 흘러가는구나 생각했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난 이후에도 망가진 후각이 크게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스무 살 때는 분명 후각이 예민한 편이었는데, 한 달 몇 달 1년이 지나도록 내 코는 둔해진 상태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다.
처음으로는 음식의 향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향이 진한 와인이나 음식의 향을 잘 맡지를 못해 음식을 맛볼 때도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감자튀김이 그렇다. 향이 적어진 상태에서 먹는 감자튀김은 눅눅한 종이를 먹는 느낌과 비슷했으며 케첩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어도 예전만큼의 새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후각의 둔감함을 잊고 지내다가 데이트를 여러 번 해오며 내 후각이 많이 둔화된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와인의 향이 어떤지 서로 대화를 나눌 때 그냥 똑같은 향이 날뿐임을 알게 되고 음식의 풍미에 대한 마땅한 표현을 상대방에게 하지 못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비위가 강해졌다는 것은 웃픈 장점 중에 하나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봉투나 음식물 쓰레기에도 헛구역질을 연달아하던 나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보아도 별 생각이 들지 않는데 그냥 누가 버렸겠거니 하면서 서둘러 음식과 쓰레기를 치우는 나를 보면 참 좋은 것 같긴 하면 서도 아쉬움을 느낀다.
그렇게 다시 예민했던 후각을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던 중 향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코로나 후유증과 세상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취미를 제안하려 한다.
본론│ 향수란 무엇일까?
내 생각에 향수라는 것은 사람의 인식으로 가장 깊게 고정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첫인상으로 시각만큼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이며 그만큼 관리하기도 쉽기도 한 것이 사람의 후각일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직접 향수를 만들어보는 원데이클래스를 알아보며 생각보다 많은 향수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큰 영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향수 가게
향수를 만들며 다양한 재료를 각각 탑과 미드 바디를 순으로 제조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순서마다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며 하나하나에 너무 오래 집중해 향을 맡으면 그만큼 후각이 피로해져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향을 맡아가며 내가 원하는 향을 고르기로 했다. 조향사에게 원하는 느낌의 향을 주문하면 그것에 맞게 배합을 추천한다.
"바질 향을 좋아하시면 라벤더는 어떠실까요?"
나는 조향사에게 너무 남성적이지 않은 풀 느낌의 향수를 제안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질과 라벤더. 처음에는 라벤더를 제안하는 것에 의아했다. 내가 늘 맡아오던 라벤더는 다이소나 섬유탈취제에 있던 보라색 향이 찐한 느낌이었는데막상 향을 맡아보니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그 향이 잔잔하고 은은했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했던 향의 기억은 실제 향수의 기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조향사를 믿고 여러 번의 시도를 걸쳐 만든 바질 특화 향수가 아직도 우리 집에 있다.
밖으로 나가기 전, 그 향을 맡으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를 상기시키며 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조향사처럼 향을 맡는 법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만약 후각에 대한 취미가 필요하다면 향수 원데이 클래스를 추천하려 한다.
본론│ 향수 원데이 클래스
이미 자신에게 맞는 향수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화자가 세상을 살아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각각은 다른 조건의 향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날에는 정장처럼 묵직한 연출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화사로운 옷처럼 독특한 분위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향수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나 자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향을 벗어나 새로운 향을 찾아보는 중요한경험이다.
원데이 클래스의 경우 가격은 대부분 4~6만 원 대로 구성되어 있다. 올리브영에서 시향하는 것보다 나만의 향수를 만들고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취미가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서울에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매장은 많으나 리뷰나 후기가 괜찮은 장소들을 성수 쪽이나 홍대 주변의 가게를 추천한다. 만약 향수를 만드는 것이 크게 끌리지 않는다면 전시처럼 향을 맡아볼 수 있는 향수 가게를추천한다.
조향사처럼 살아보기
향을 맡아보는 것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자면
향을 맡는 것은 익숙한 향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다. 커피나 와인 그리고 향을 맡을 때에도 새로운 향을 그저 느끼는 것보다는 해당 향을 계속 맡아보고 기존에 맡았던 향에 대한 기억을 더하는 것이 후각을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향수든 특정한 무엇이든 한 가지 향이 나지 않는 삶속에 살고 있다 메인으로는 특정한 향이 나지만 좀 더 향을 머금어 보면 그 후에 또 다른 향들이 향기 속에 머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머스크인지 레몬인지 아니면 로즈 계열의 샘플인지 뇌에서 총기억을 동원해 밸런스를 맞추는 조향사처럼 말이다.
요즘은 그 다양한 상황에서 이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향수가 필요 없는 사람들
물론 향수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커피를 볶는 사람에게서는 커피 향이 기본적으로 나는 것처럼 그 삶 속에 흐르는 노력의 향수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즉 그 자체로 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를 볶는 사람에게는 커피 원두의 향이 배어있고 술을 항상 마시는 사람은 옷에 알코올 냄새가 가득 배어있다. 흡연자가 담배냄새를 빼려고 해도 옷에는 담배 냄새가 배는 것처럼 향과 냄새는 일상 속에 만들어지는 습관의 외향파일 것이다.
나의 주변 사람은 어떤가?
화자의 동생은 고깃집에서 일을 하기에 일을 하고 난 후의 유니폼을 빨러 오면 배가 저절로 고파지는 고기 냄새가 집안에 스며들기도 한다. 그것이 얼마큼 일을 열심히 했는지 알려주는 지표와도 같기에 나는 일을 한 사람의 냄새를 피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가?
독서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100명이 있는 독서실에서 저녁부터 마감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 베이지 않을 것 같은 흑연의 향과 책 냄새가 옷 안에 느껴질 때가 있어 의외로 놀라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숨기려고 했지만 나는 것이 냄새라면 숨기지 않으며 보여주는 것이 향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며 지금 주변에서 나는 향은 내가 알고 있는 향인지 후각을 사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