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가득 바다, 강릉에서 여름을 만끽하다.

바다 뷰 숙소. 울산 바위 카페. 사천해변까지 2박 3일 여름 기록

by 김남정

강릉은 바다로 유명한 도시다. 조운선이 드나들던 항구도시로, 고려. 조선 시대 해상 교통과 무역의 요지였다. 바다와 설악산 사이에 자리 잡은 이 고장은 고려. 조선시대를 아우르며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는 강릉 출신으로, 조선시대 문화 예술의 상징이다.



올여름, 나는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이미 여러 번 찾았던 도시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지난 오월 둘째 딸이 결혼하면서 가족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고 이번 휴가는 그 달라진 풍경 속에서 새롭게 꾸려졌다. 결혼한 둘째 사위와 함께한 첫여름 여행,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층 더 다정한 휴가였다.



평일 아침이라 강릉 가는 길은 수월했다. 칠월의 강렬한 햇빛과 산 넘어 산들은 초록을 휘감았고 뭉게구름은 더없이 예뻤다. 우리 부부는 큰딸 차를 타고 여름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히 갔다. 인제에서 둘째 사위를 만났다. 이제는 "우리 사위"라는 말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점심으로 인제의 유명한 순두부를 먹으며 서로의 근황을 나눴다. 두부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거실이 바다가 된 숙소에서


강릉의 숙소를 고를 때 우선순위는 단연 '뷰'였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 거실 창을 열자마자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가 밀려들었다. 그야말로 바다가 거실 한가득이었다. 아침이면 하얀 포말이 눈을 깨우고, 밤이면 검푸른 수평선 너머로 등대가 반짝였다. 고요한 파도를 보는 그 순간만으로도 이 여름이 충분히 값졌다. 그리고 하나 더, 새벽녘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니 수평선 위로 동그란 태양이 부서지듯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없이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치 어떤 축복처럼.



울산바위 보며 마신 커피


다음날 아침엔 속초로 이동해 울산 바위뷰가 좋다는 카페를 찾았다. 이곳은 커피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전망'이 압도적이다.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울산바위, 단단하고 장엄한 그 바위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앉아 있었다. 바위의 기운 때문인지 커피 한 모금에도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누구는 '뷰 맛집'이라 하고, 누구는 '속초 최고의 카페'라고 부른 다지만, 나는 이곳에서 '풍경이 위로가 되는' 경험을 했다.



36도의 사천해변, 바다 위에서 웃다



강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바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천해변이었다. 섭씨 36도 숨이 턱 막히고 반바지 차림의 종아리가 따가웠지만, 오히려 그 더위 속에서 우리는 튜브를 타고 시원한 파도를 만났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서로를 밀어주며 깔깔 웃는 순간들, 딸들과 사위, 그리고 우리 부부, 모두가 아이처럼 바다를 즐겼다. 어른이 된 아이들과 함께한 가장 어린 날 같은 하루였다.



가족의 여름, 또 하나의 풍경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초당순두부로 속을 달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 사이로 이번 여행의 장면들이 오롯이 스쳐갔다. 거실 가득 펼쳐진 바다, 울산바위 앞의 잔잔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이글거리는 사천의 태양 아래 튜브 위에서 나눈 웃음들.



강릉은 바다로 기억되지만, 이번 여름의 강릉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 따뜻하고 선명하게 남았다. 바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 바다를 함께 바라본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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