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시간을 따라간 강화 교동도 여행
지난 9월 20일 토요일 점심을 먹고 드라이드 겸 길을 나섰다. 아이들이 오지 않는 주말이면 늘 남편과 짧은 드라이브를 즐기는 일상이 되었다. 전 날 내린 비로 하늘은 맑고 구름이 그린 풍경이 더없이 예쁜 날이다. 평소대로 강화도 해안도로가지 않고 이번에는 북쪽 해안도로로 가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길은 철조망이 두 겹 세 겹, 차량은 드문 길이다. 철조망 너머 강 건너가 북쪽 땅이라는 남편의 말에 그 가까운 거리가 더 아득한 느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교동대교를 건너는 순간, 바다 대신 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넓고 평평한 들판. 바람에 흔들리는 벼 이삭이 한껏 고개를 숙인 모습이 마치 오래 기다린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차창 밖공기는 시원했고 세상은 조용했다. 멀리서 기러기 떼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갔다. 철조망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가을 교동도는 소리가 작다. 사람 소리보다 바람과 풀벌레, 개울물 소리가 먼저 들리는 곳. 도시의 사계절을 내려놓고 섬의 시간을 따라가게 되는 이유다.
오래된 시장, 오래된 사람들
대룡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시간은 더 느려진다. 낡은 간판, 오랜 다방, 오래된 미용실. 시장의 공기는 어쩐지 안심이 된다. 이곳은 실향민들이 고향 연백 군의 시장을 그리워하며 만든 곳이라 한다. 그 이야기 덕분인지, 어깨를 스치는 바람에도 사람들의 그리움이 스며 있는 것 같다.
강아지 떡을 파는 가게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처음 들어본 떡이라 호기심에 나도 기웃거렸다. 내가 보기에는 금방 만든 말랑한 인절미 같았다. 궁금해서 막 나온 떡을 써는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왜 강아지 떡이에요?" "떡 모양이 강아지를 닮아서 강아지 떡이란 이름이 됐어요." 그러고 보니 강아지 모양이다. 떡을 썰며 가게 주인은 묻지도 않은 고향 이야기를 잠깐 꺼냈다. 잠시였지만, 그분의 목소리엔 지금도 북쪽을 바라보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
연꽃이 피어 있는 저수지
교동대교를 지나 오른편에 자리한 고구저수지에는 연꽃이 가득하다. 연잎 위에 맺힌 이슬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꽃은 이미 한창을 지나고 잎은 노랗게 물들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완전한 순간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듯하다. 저수지에는 연꽃을 바라보며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유난히 큰 연꽃을 사진에 담았다. 이런 나를 남편은 카메라에 담아준다. 내친김에 둘이 셀카까지 찍었다. 남편이 가족 단톡방에 둘이 찍은 사진과 여러 장의 교동도 풍경을 전송했다. 아이들이 신혼부부 같다고 해주어 기분 좋은 하루였다.
걷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곳
교동읍성 성곽에 올라가니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 넘어가 북녘 땅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했다. 그러나 바람은 시원했고, 노란 들판은 평화로웠다.. 역사와 분단의 무게 속에서도 자연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화개정원 표시판을 보니 지난봄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치유의 정원'이란 이름처럼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고,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여행지라기보다 '머무는 곳'에 가깝다. 잠깐 앉아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완성되는 곳이다. 지난봄 화개정원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이날은 들리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교동대교를 다시 건너며 섬의 시간이 서서히 풀렸다. 차창 밖으로 황금빛 들판이 멀어졌다. 마음 한구석에 맑은 바람이 남았다. 그 바람이 조금 더 오래 나를 붙들어 주기를, 일상으로 돌아가도 그 평화로움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67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