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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 Nov 14. 2022

초당옥수수

Super duper sweet corn

초당옥수수. 강원도 강릉 초당동에서 나오는 옥수수인가? 하던 반푼이는 7월, 초당옥수수를 처음 만났다.

초감미종(超甘味種) 옥수수, 超(뛰어넘을 초)를 써서 넘사벽 당도를 지닌 옥수수. 과연 이전과 달라 보였다. 살인미소에 어울릴듯한 건치 같은 옥수수알. 눈이 부실 듯 선명한 샛노란색. 청동검 만한 크기까지, 대자연의 산물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거대한 산 정상에서 느낄법한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초당옥수수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무척 짧다. 가을에 추수하여 겨울 내 먹는 구황작물들과 다르게 1년에 단 30일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품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아직 한기가 서려있는 3월에 파종하여 뜨거운 7~8월에 만날 수 있는 초당옥수수. 때문에 남쪽, 특히 제주도의 특산물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기상이변으로 최남단의 초당옥수수는 땅끝마을 해남까지 올라왔다. 기쁨과 걱정이 혼돈된 복잡한 기분이 든다.

추수는 하우스가 먼저 그리고 노지재배로 옮겨간다. 하우스에서 자란 아이들은 최상품이다. 기본 17cm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며 불량률도 극히 적다. 시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초당옥수수도 이 아이들이다. 가격도 가장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은 선점하는 것을 권유드린다. 필시 언제나 미래를 기약하게 되듯 좋은 기억만 남을 것이다.

초당옥수수는 추수 후 당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입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껍질 제거는 금물이며, 유통도 되도록 서늘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뜨거운 햇살을 머금고 넘사벽 당도를 응축했건만, 대지를 박차는 순간부터 차가워져야 하다니 아이러니하다.

산지 추후 후 스피드가 생명.

특이한 미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초당옥수수를 생으로 드셔 보시길 권유드린다. 베이비콘이 아닌 이상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옥수수는 무척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베이비콘은 옥수수여서 먹는다기 보다, 죽순처럼 연한 맛으로 먹으니 그 의미가 다르다. 한입 배어물면 잠시 특유의 풋향이 빠르게 지나가며 감로수 같은 즙이 혀에 달라붙는다. 절대 비싼 옷이나 지인을 곁에 두고 먹으면 안 된다. 슬로모션으로 촬영하면 다큐의 한 장면이 나올 듯 즙이 사방으로 튄다. 쥬시(jucy) 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쪄서 먹으면 특유의 당도가 더욱 올라간다. 이때 절대 물에 직접 넣어 삶으면 안된다. 섬세한 알들이 터져 즙을 전부 헌납하는 수가 있다. 껍질 째 스팀으로 찌면 이빨이 작은 아이들이 먹다 남긴 미섭취 부분을 갉아먹어도 행복할 정도로 맛있다.

초당옥수수 버터구이

버터로 구워보는 것은 어떨까? 주의할 점은 튀김(Fry)이 아닌 소테(Saute :기름에 은근히 익히는 방식)라는 것이다. 초당옥수수는 수분이 무척 많다. 버터가 아닌 일반 식용유에 튀기다간 가정식 수류탄의 매콤한 응수를 당할 수 있다. 완성된 옥수수는 별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다. 길거리에서 파는 치즈가루 등을 첨가하는 것은 오히려 특유의 맛을 해친다.

제철 재료의 힘을 믿고 부재료를 놓아주자.

고마워요 6시내고향 :)

우리의 첫 판매는 입소문만으로 이루어졌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여섯시내고향의 영향도 컷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철이라고 초당옥수수를 알아서 홍보해주더라. 뜻하지 않게 미디어의 혜택을 받아보니 기분이 묘했다.

실력이 아닌 제철 재료의 위력만으로 알아서 판매가 이루어진 첫 작물. 30년 인생 처음 만난 아이가 끊어 준 멋진 스타트를 헛되이 하고 싶지 않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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