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말귀 못 알아듣는 두 사람이 산다.
“양말 좀 제대로 벗어놓자.”
“빨래 개둔 거 제자리에 좀 갖다 둬.”
“밥 먹기 전에 밥상 좀 닦고 수저 좀 놔줘.”
말을 했다. 또 했다. 또또또 했다.
딸과 남편은 안 들은 척을 하는건지
진짜 내 말은 안들리는건지.
어제는 내가 빨래를 다 개놓고
“방에 갖다두기만 하면 된다”고 했더니,
멍하니 앉아 있는 남편.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걸 갖다두라는 말도 꼭 해야 하냐?”
그랬더니 이 인간, 태연하게 말한다.
“그럼 그냥 갖다놔주면 될 일을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예?
이 순간 세상 멈췄고, 나는 현실 멍.
정말 어이가 없어서, 감정도 로딩이 안 됐다.
예민한 게 아니라 이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드는
너가 이상한거야!!
이 말 목구멍까지 왔다.
그런데 또 참고 넘겼다.
왜? 또 내가 ‘잔소리 제조기’로 몰릴까 봐.
정작 내가 원하는 건,
‘잔소리 안 해도 돌아가는 집안’인데 말이지.
문제는 그거다.
왜 나만 해야 할 걸 기억하고,
시키고, 확인해야 하냐고.
내가 집안의 프로젝트 매니저인가?
자동 리마인더 기능 탑재 인간 알렉산가?
나는 오늘도 ‘그냥 해주면 될 일’을
굳이 말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게 좀,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