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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기 Oct 17. 2024

우리는 감자 먹는 사람들

  감자는 고구마옥수수와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하지 때 수확해야 제맛이 난다고 해서 “하지감자”라고도 부르지요.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가장 긴 하지에 햇감자를 수확하거든요. 가뭄이나 장마에도 강한 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주식 대신 먹을 수 있는 중요한 작물이었어요.     


  그렇다면 수확한 감자는 어떻게 먹느냐고요? 삶거나 찌고구워서도 먹고요감자전을 부쳐 먹거나 튀겨서도 즐길 수 있죠. 감자는 참 다양한 용도로 쓰입니다. 소주나 알코올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감자녹말은 당면이나 공업용 원료, 사료로도 사용되지요.

감자를 삶는 냄새는 우리를 유년 시절로 데려가곤 하지요.”

그 냄새만으로도 가난했던 시절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초기에 감자는 한반도보다는 더 위쪽, 중국에서 들어온 작물인데,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 격식을 차릴 필요 없이 서민들의 주식이 되었어요. 그래서 감자는 어려운 시절의 상징이기도 해요.     


  하지가 되면 햇감자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 감자를 삶으면 속이 포슬포슬해지면서 부드럽고 식감이 아주 좋죠. 또 감자를 강판에 갈아 수분과 전분을 빼고 기름에 부치면 쫀득쫀득한 감자전이 완성되고, 옹심이나 감자 송편도 만들 수 있어요. 감자수제비, 감자떡, 감자밥도 한 끼 식사로 좋고요.  

    

슈스트링 감자튀김

  감자를 긴 막대 모양으로 썰어 튀기면 우리가 흔히 먹는 감자튀김이 되는데, 맥도널드, 롯데리아,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 메뉴로 많이들 먹잖아요? 요즘엔 감자로 만든 퓨전 요리도 인기예요. 감자치즈호떡, 감자샐러드, 감자크로켓 같은 음식들이 그렇죠. 특히 춘천 로즈 감자로 만든 감자빵도 요즘 인기가 많더라고요. 이렇게 감자는 이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품목이 되었어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그림은 농민들의 가난한 삶을 고귀하고 소중하게 담아내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그렸지요. 우리도 감자를 먹다 보면 그 시절의 저녁 풍경이 떠오르곤 합니다. 사람들이 힘든 시절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감자를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그 모습 말이에요.

감자의 특별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경제학에서도 감자는 "기펜재"의 대표적인 예시로 잘 알려져 있지요. 경제학자 로버트 기펜이 제시한 이 개념에 따르면, 보통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데, 감자는 그 예외였어요. 기펜은 아일랜드인의 감자 소비를 연구하면서, 가격이 올라가도 대체할 다른 재화가 없어서 오히려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거든요. 감자는 서민의 식탁을 넘어경제적 현상까지도 보여주는 특별한 작물입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많지요. 감자는 완전식품이라 요리하거나 날것으로 섭취해도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대부분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잖아요. 백세가 넘도록 건강을 유지한 김형석 박사도 아침에 찐 감자를 드신다고 하죠.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에 따라 그 맛도, 감정도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감자의 그 담백한 맛, "감자다운 맛"이 참 좋지요? 딱딱한 감자가 부드럽게 익어가면 바나나처럼 부드럽게 부서지기도 하고, 그 자체로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리거든요.     


  감자는 땅의 기억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속엔 누군가의 거룩한 노동과 땀, 그리고 눈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감자는 이제 서민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식품이 되었어요우리는 감자를 먹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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