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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 Yoon May 01. 2024

일상 3

확실히 삶은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기승전결이라는 플롯이 없으며 그저 서로 연결되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주인공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실마리를 찾아서 해결하는 사건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삶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혼돈과 생소함의 연속이다. 사건은 매번 새롭고 그것을 겪는 과정은 언제나 어찌할 바 모르는 낯섦이다. 비슷한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도,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삶은 익숙하지 않다.     


무작위가 난무하는 삶에서 질서를 찾겠다는 것은 과한 욕심처럼 느껴진다. 사랑이 퇴색하고 이별 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미워하던 마음이 풀어지고 지루함이 설렘으로 바뀌고 여행이 일상으로 변질되고 한순간 참을 수 없다가 감사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대체 앞뒤 맥락 없는 이 삶은 저 우주가 증명해 주듯 별 뜻이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지낸다. 사는 건 드라마가 아니다.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도 다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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