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한번 진하게 쏟아지던 날. 나란히 누워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을 들었다. 내가 흥얼대는 미세하게 플랫 된 음정의 노랫소리를, 그 애는 좋아한다. 남자친구는 문득 나의 동심이 좋다고 했다. 싫은 것을 싫어할 수 있는 당돌함. 냉큼 터지는 울음보. 그러다가도 배시시 미소. 하고 싶은 말을 구차하게 빙 돌리지 않고 뱉어버리는 발칙함. 동심이 구석구석 배여 예쁘다고 했다.
“... 윤지랑 있으면 한없이 좋다가도 한순간에 벼랑으로 떨어져.”
그 말에 쿵. 곰곰이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뗐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잖아. 요란한 감정에 자기가 동요되나 봐. 사춘기 때 단단히 묶어둔 동심의 물꼬를 내가 터버린 거지. 자기야 많이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울게 돼. 단순하게 생각하면 웃음과 울음은 감정을 얼마나 느끼는지 말해주는 표식이니까.”
말을 하며 잠깐 무서워졌다. 평생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면 어쩌나 하고. 그럼에도 나는 잔잔한 미소와 눈물 한두 방울이 아닌, 우하하 웃고 끅끅 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동심은 마냥 미성숙한 감정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