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엔 스타벅스

by 이음하나

주말의 스타벅스는 정-말 재미있다.

우리 동네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만 가면,
평일에도 늘 한가한 스타벅스가 있다.
종종 글을 쓰러 그곳을 찾는다.

평일에는 혼자 오지만,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오늘처럼 어디든 북적이는 날엔
그래도 이곳이 덜 붐벼서
글을 쓰고 싶을 때면 주말에도 한 번씩 들르게 된다.

그게 바로 오늘이다.
어제 아이들이 감기 기운으로 온종일 집에만 있어서
미루고 있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함께 나왔다.

사람이 정말 많다.
그래도 내 자리는 기적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_
또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정말, 사람은 다양하다.




1. 첫 번째, 입시 준비 50대 부부

아이가 입시생인가 보다.
아내는 좀 거칠지만 적극적이고,
남편은 조용하지만 섬세하다.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학교 진학을 고민한다.

부디 그 아이가 부모의 바람대로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길.

(근데 너희 부모님… 여러 번 싸울 뻔했다ㅋ꼭 합격해라!)




2. 두 번째, 타이밍을 놓친 아들 둥이 부부

아들 쌍둥이를 데리고 왔다.
자리는 높다란 의자밖에 없었는데
아이들이 앉아 있기엔 너무 위태롭다.
나는 보는 내내 불안했지만
부부는 좁아도 더 안전한 자리로 옮겼다.

그런데…
그 바로 직후에
내 옆의 넓고 편안한 자리가 났다.

인생은 타이밍.
30초만 더 기다렸다면
온 식구가 편안했을 텐데,
내가 다 아쉬웠다.




3. 세 번째, 남이 보든 말든 60대 부부

말끔하게 차려입은 젠틀해 보이고 우아한 부부.
‘나도 저렇게 나이 들면 좋겠다’ 생각하던 순간,

가방에서 기름범벅 떡이 나온다.

이곳은 외부 음식 금지인데…
아르바이트생이 보든 말든 떡을 집어 먹는다.

외모는 규칙을 지킴과는 상관이 없나 보다 했는데

그래도 쓰레기는 말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우아하게 커피를 마셨다.


4. 네 번째, 딸둥이 부부

이번엔 딸 쌍둥이 부부.

문제는 아빠였다.
아들 둥이들이 앉았던 바로 그 위험한 자리에
또 아이들을 앉았다.
이번엔 딸둥이들.

마침내 옆에 넓은 자리가 났는데도
아빠는 미동도 없이 자기 자리에 굳건히 앉아 있다.

아내는 올라오자마자
“왜 이런 자릴 맡았냐”며 눈을 흘기고
음료를 사러 내려갔다.

이후에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앉을 만한 자리가
여러 번 비었지만
아빠는 끝까지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착한 건지, 둔한 건지…
아내의 ‘가자미 눈’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5. 다섯 번째, 이 세상 정상적인 산악회는 없나?

동네가 산 근처라
주말이면 배낭 멘 등산객들이 정말 많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동호회나 회사에서
주말 등산을 많이 한다는데,

왜 산악회는
늘 정상(頂上)이 없을까.

부부보다 ‘애인’이 더 많은
이상한 산악회들…
제발 정상(正常)으로 가길 바란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모임이 되길..




오늘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나니
다시 살 맛이 났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어 더 재미있는 인생.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글쓰기도 조금 지쳐 있던 차에

이 사람들 덕분에
오늘 나는 다시 ‘사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신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나는 완벽한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