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날을 계속 기억하는 이유
누군가는 그만 말해도 될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기억이 곧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실패라는 점에서 곧 모든 ‘나’의 실패를 의미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가의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으니까. 공공에 대한 우리의 작은 무관심은 결국 정치 참여의 권리도 없는 아이들을 떠나보내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더욱 잊을 수 없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짧은 시로 마무리하고 싶다.
동행
눈 감으면 넘어질까 두려워
옆을 보면
흔들리는 손을 붙잡는 이가
있다.
흔들리는 것은 항상 불안하고
아프지만
깍지를 낀 손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비가 와서 소매가 다 젖어도
손바닥은 젖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닥마저 젖어버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