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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현 Nov 05. 2021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조사부터

YOUR SCI-FI APPAREL (2)

『YOUR SCI-FI APPAREL』은 옷과 글로 동일한 SF 모티프를 구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패션 브랜드 요클YOKEL과 출판사 잇다름ITDAREUM이 함께합니다.



글을 쓰기 전 생각해 볼 질문들



1. 소재가 좋은 책은 무조건 팔린다


 그간 책을 펴내면서 소재가 좋은 책은 무조건 팔린다는 걸 느꼈다. 시의성 있는 소재를 고르면 마케팅 없이 단순 검색만으로도 어느 정도 판매가 된다! 그러니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소재부터 잘 골라야 한다.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분야라면 '사람들이 요새 이걸 좋아하는구나' 싶은 주제를 직감만으로도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깊게 알지 못하는 분야도 방법은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등 키워드별 검색량을 보여주는 서비스부터,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엑셀 저장 기능을 제공한다), 트렌드 리포트 등 참고할 만한 자료는 많으니까. 정량적인 데이터를 참고한다면 글의 범위 안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번 소재를 잘 팔릴 것으로만 고를 순 없다.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주제나 큰 방향성이 이미 정해져 있어 소재를 바꿀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에세이나 소설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 장르들의 경우 글의 시발점이 바로 그 소재 안에 있다. 다시 말해 그 소재를 버린다면 글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잇다름에서 곧 선보일 『이계절의 말라위』는 유네스코 국제개발사업을 위해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천일 간 체류한 경험이 주요 소재다. 외국어 교재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국외 교류가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서 해외 개발사업이라는 소재가 팔리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주제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긍정적인 의미로).




2. 대상 청중은 누구인가

 이렇게 소재가 이미 정해진 경우에도 생각할 거리는 여전히 한참 남아있다. 글을 편집하고 셀링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주로 글의 요인을 아주 거칠게 '시장성'과 '완성도' 두 가지로 나눈다. 얼마나 잘 읽히고 흥미로운가? 얼마나 문체가 아름다운가? 소재가 독특한가? 이런 질문들이다.


 결국 이 모든 질문들은 대상 청중(target audience)을 누구로 설정하였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30-40대 중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상인지, 웬만한 고전은 모두 섭렵한 독서 마니아가 대상인지에 따라 같은 주제와 소재더라도 180도 다른 글이 만들어지니까. 대상 청중이 결정되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





3.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질문: 목표의 우선순위

 이 모든 질문들에 답을 내리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할 질문이 있다. 출간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의 우선순위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이 글을 출간하려 하는 걸까? 나 자신만을 위해 쓰는 글인가? 사회적으로는? 그리고, 이 책을 냄으로써 난 뭘 얻고 싶은가? 돈? 커리어 구축?

 답변에 따라 책의 방향은 확연히 달라진다. 커리어 구축을 위해서라면 대중성을 약간 포기할 수 있을 테고,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서라면 대중적인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사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지만 대부분 생각해보시지 않은 질문인 것 같다. 여쭤보면 글을 쓰시는 많은 분들이 그저 모호한 인상으로, '많이 팔리면 좋다' '좋은 글을 만들고 싶다' 정도로 답하시곤 하는데 그 안을 파고들어 보면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 지점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립한다면 부차적인 질문들에는 자연스럽게 답이 내려진다. 출간을 결심하고 글을 쓰기 전 우선순위에 관해 생각해보신다면 고민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깨알 요클 홍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다. 반짝이는 홀로그램 재질이 아름답다.   ©요클 이대형 디자이너님(@erl_zzang)


 다시 내 글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다. 「YOUR SCI-FI APPAREL」 프로젝트에서 진행 중인 SF 소설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글이다. 그러니까,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 자체가 제일 중요한 목표다. 출판과 패션의 협업 가능성, 소설가로서 나의 가능성, 그리고 SF가 한국의 문단 문학에 새로운 계기가 되어 줄 가능성(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꼭 글을 쓸 생각이다) 등.

 욕심이긴 하지만 실험성과 시장성 모두를 가져가고 싶다. 우열을 매긴다면 가능성 탐구(실험성) 쪽이겠지만, 어쨌건 이 시장의 확장 가능성도 알아보고 싶으니까.



 그래서 난 이 글을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방식으로 작성해보려 하고 있다. 시의성 있는 소재와 실험적인 소재를 한데 섞고, 과학과 철학과 문학을 엮는다. 내용이 어려우면 문투를 쉽게, 문투가 화려하면 그 안의 내용은 이해하기 편하도록. 그게 지금의 방향이다.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 이 글은 정말 쉽게 쓰였다. 그간 부딪히며 몸으로 배운 것이 있어 그런 듯하다.

 긴 서론에 비해 본론이 짧아 약간 민망한데, 이 본론을 위해 아주 긴 서론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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