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이상한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YOUR SCI-FI APPAREL (1)
『YOUR SCI-FI APPAREL』은 옷과 글로 동일한 SF 모티프를 구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패션 브랜드 요클YOKEL과 출판사 잇다름ITDAREUM이 함께합니다.
어쩌다가 나는 글을 쓰게 되었나
내 글을 펴내는 것은 한참 나중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생겼다. 패션 브랜드 요클YOKEL과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동일한 모티프를 가지고 각자 옷과 소설을 자아내는 프로젝트로, 내년 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게 목표다.
당시 요클 대형님께 보냈던 인스타그램 메시지. 운 좋게도 바로 궁금해해 주셨다당분간 글을 쓰지 않으려던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큰 건 시간 부족이다. 그런데 마침 인연이 닿아 허민정 편집자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고, 그 덕에 계속 생각해왔던 텍스트의 범위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엄두를 낼 수 있었다. 텍스트의 범위 확장이라 말하니 괜히 어려워 보이는데 사실 익숙한 이야기다. 쉽게 정보를 떠먹여 주는 쉬운 자극이 온통 넘치는 지금 이 시대에, 굳이 한 자리에 앉아 글자를 곱씹기를 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이 텍스트라는 틀을 벗어나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지 탐색해보고 싶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들로는 소설의 영화화나 드라마화, 오디오북 제작 등이 있을 테고, 내가 하고자 하는 건 그중에서도 적게 시도되어 본 분야들이다. 옷처럼.
한편으론 이게 답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텍스트는 텍스트 그 자체일 때 의미가 있고 만약 텍스트의 범주를 넘어간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글이 아니게 될 테니까.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는 대개 직접 해보기 전에는 답을 알 수 없다. 그 답을 얻어낼 때까지 나는 계속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무슨 프로젝트냐면
동일한 모티프에서 시작해 그 소재를 각각 옷과 글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임의로 'YOUR SCI-FI APPAREL"라는 이름을 붙였다. sci-fi라는 단어와 apparel이라는 단어 조합이 소설과 옷이라는 두 장르를 잘 보여준다 싶었다.
큰 장르를 SF로 정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요클은 "sci-fi, futuristic"을 모토로 독특한 소재의 옷들을 만들어내 왔다. 그리고 나는 SF가 한국 문학의 리얼리즘적 사조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 yokel지금 소설 쪽은 자료조사를 하면서 배경을 구축하는 단계인데, 아무래도 내가 먼저 배경이라도 확정해 두어야 옷을 구상하시기 쉬울 것 같아 퀄리티 저하가 없는 선에서 가능한 한 빨리 끝맺어보려고 한다. 자료 조사 관련해서도 할 얘기가 많아서 이 얘기는 다음번 글에서 해보려 한다.
이 프로젝트, 솔직히 (내가) 너무 재밌다
진짜, 너무 재밌다. 그동안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매번 말했는데 그건 사실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도 물론 문제가 되었지만, 그보다도 새로운 무언가를 써낼 머릿속 여유가 없었다. 뭔가를 써내려면 그전에 여러 아이디어를 접하고 그걸 머릿속으로 굴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고민하다가 그 고민이 하나로 정리되는 순간 글이 써진다. 그 고민을 할 여력이 있을 때 글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내 목표를 가지게 되니 일이 새로 생겼는데도 오히려 재밌기만 하다. 매번 깨닫는다. 충분한 동기와 흥미가 있다면 일은 차라리 놀이에 가까워진다. 재밌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고민하고, 일을 하다가 약간의 여유가 나면 또다시 고민한다. 그 고민이 하나가 될 때까지 계속 고민해야겠지.
이번에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이걸로 어떤 이득을 크게 취하겠다는 생각보단, 통상 찾아보기 힘든 프로젝트인 만큼 후회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잘 협업해보는 게 이번 목표다. 가능하다면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게 미리 길을 닦아두어야지. 언젠가 또 다른 분야로도 글이 뻗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