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지현 Jun 29. 2022

운동, 그 양기 가득한

1.5달 차 '헬스 뉴비'의 자기성찰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좀 해야겠다”고 말하기 시작한 게 삼 년이 넘었는데 마침내, 정말로 시작했다.


시작은 이랬다. 평일 오후 세 시, 서류를 떼러 동사무소에 가던 중 갑자기 전화가 왔다. 친구였다.

친구:  어디야?
나:     밖인데, 왜?
친구:  오늘 언제 끝나?
나:     글쎄, 여덟 시?
친구:  그럼 헬스장 등록 좀 내 것까지 대신 해 줘. 내가 오늘 늦어서.
나:     응? 오늘…? 헬스장?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이랬다. 친구 둘과 술을 먹다 또다시 “운동해야 하는데” 레퍼토리가 나왔는데, 마침 그 자리에 몇 년 동안 헬스장에 다닌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 헬스 덕후 친구에게 같이 무료 피티를 받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아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피곤했는지 그날 내가 필름이 끊겼단 거다. 내가 놓친 뒷 이야기 중에는 “당장 내일 헬스장에 등록하자”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듣고서 난 말했다.


나:  어… 알겠어! 그럼 운동은 언제부터 가는데? 오늘은 아니지?
친구: 당연히 등록한 날부터 가야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날 나는 일을 마치고 조금 걸을 심산으로 운동복을 입고 간 상태였다.


그렇게 반강제로 헬스인으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운동 언저리조차 피해온 지가 오 년. 거기다 작년 일 년 간 자취를 하면서 일하는 공간과 생활 공간의 구별 없이 살았다. 식사도 불규칙하게 하는 데다 움직일 일이 최소화된 환경이었다. 그렇게 불건강한 생활로 찐 살이 오 키로였다. 지금 와서 작년 사진을 보면 어깨도 온통 굽어 있고 골반도 앞으로 잔뜩 말려 있다. 운동 전에는 목이 굳어서 생긴 두통도 잦았고 때때로 몸을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그런데, 그 몸으로 시작한 운동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운 좋게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시작한 게 선순환의 첫 번째 고리였을 것이다. 친한 지인들과 가다 보니 운동을 가는 것 자체가 해치워야 할 과제가 아니라 그냥 일상의 일부, 혹은 놀러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작이 그랬던 덕분인지 혼자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었다. 자세가 좋아졌고, 근력이 좋아졌다. 점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겼다. 그렇게 매일같이 가는데, 사실 늘지 않으려고 애를 썼더라도 어떻게든 늘었을 거다.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굉장히 자기계발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매일같이 하다보면 늘 수밖에 없다는 것. 조급해하거나 강박을 가지지 않고 꾸준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야 한다는 것.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게 무용하다는 것(함께 운동을 시작한 친구는 타고난 근수저로 밝혀져 나를 슬프게 했다). 운동을 먼저 하던 분들이 해 왔던 이야기를 지금 내가 반복하고 있다. 고작 1.5달 차 주제에, 감히 이야기해본다. 


지금 나는 친구들 없이도 헬스장에 곧잘 간다. 혼자 운동한 지도 이제 이 주가 되었는데, 내 모자라고 서툰 모습에 지지 않고 그냥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체를 할 때마다 이 세상이 싫어지지만, ‘왜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지’ 하는 회의감도 들지만, 그래도 내일도 운동을 갈 거고, 모레도 아마 갈 거다. 그렇게 일상에 리듬을 만들면 고통이 다시 찾아들 때에도 편안한 숨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운동 시작하기 직전. (사실 사진에서 큰 차이는 안 보인다)


좀 더 적나라하게 내 미니 근육이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공익적인 차원에서 자제하는 게 나을 듯해 이 사진으로 대체. 2주 전인데 시작 전보다 어깨는 조금 더 펴진 느낌이다


작가의 이전글 두 번째 소설을 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